육아휴직이 선물한 오롯한 나의 하루

#7 복직을 앞두고, 내 시간의 주인이 된 날들에 대하여

by 하니맘
여행은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지금의 일상은 지금만 누릴 수 있다.


스물네 살, 첫 출근 이후 나는 늘 일하는 사람이었다. 12년을 일하며 2주 이상 쉰 적이 없었다. 몇 번의 이직도 했건만 나의 새 회사들은 하나같이 하루라도 더 빠른 출근을 주문했다.

그런 내가 무려 1년 하고도 4개월 하고도 2주 간 일을 쉬게 됐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덕분이었다.


처음엔 회사를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우는 하니를 안아 들고 집 안팎을 배회했다. 모르는 건 또 얼마나 많은지 숨 한 번 쉴 때도 눈치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하니와 조금씩 친해지고 하니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나에게도 점차 여유가 생겼다.


엄마의 복직을 한 달 앞둔 요즘, 하니는 9시에 등원해 4시에 하원한다. 공식적으로 하루 7시간의 자유가 나에게 주어진다.


‘오늘 하루 뭐 하지?’라는 질문을 요즘처럼 자주한 적 없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테니스를 치고, 카페를 가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헤어팩을 하고 각질을 제거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동료, 선후배를 만나고 가끔은 여의도에 근무하는 남편과 점심 데이트도 한다.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도 많이 한다. 내 오장육부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먹고 싶은 점심 메뉴를 선정한다. 오늘은 설렁탕 어제는 파스타와 피자, 그제는 샌드위치 같은 식이다.


나의 유일한 의무는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하니의 등원과 하원, 그리고 하원 이후 잠자는 시간까지 하니를 돌보는 일이다. 내가 선택해 낳은 아이이고 돈을 내고라도 하고 싶은 일이다. 결국 나의 하루는 내가 좋아하고 선택한 것들로 오롯이 채워진다.


복직을 앞둔 내게 사람들은 ”이런 때 여행 가야지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여행은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지금의 일상은 지금만 누릴 수 있다.


한적한 낮의 공원에서 나 홀로 적막한 햇살을 맞으면서,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마중 나가 함께 동네를 산책하면서, 내가 나의 삶의 리모컨을 쥐고 있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비워진 시간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과 취향을 재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한 내가 될 수 있을지 골똘히 고민한다.


하니와 함께하는 아빠의 퇴근길

육아휴직을 하기 전 나는 모처럼 주어질 나의 시간을 어떻게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금 내 삶에 내가 생각했던 사회적 기준의 생산성은 어딜 봐도 없지만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생산적이다.


곧 복직을 한다. 다시 회의와 할 일이 쏟아지고, 나의 시간은 또다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채워질 것이다. 다시 휘둘리겠지. 그건 안다. 그래도 이번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힘껏 기지개를 켜고, 하니와 한 번 더 눈 맞추고 한 번 더 볼을 비비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점심시간을 갖고, 아침저녁으로 그날의 하늘빛과 그 계절의 냄새를 느껴보려 한다. 길지 않은 순간이라도 내 시간의 리모컨을 들어 나의 리듬을 찾고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쉽게 긴장하고 조급해지는 내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내 삶의 오롯한 주인이었던 지금의 하루하루가 있기에, 이전보다 조금은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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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