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장손

내 동생

by 봄날

동생이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왔다.

은하는 은우를 데리러 나가야 했다. 은우는 은하보다 무려 다섯 살이나 어리고, 엄마, 아빠는 얼마 전부터 중국집을 운영하느라 바쁘셨다. 원래는 아빠가 먼바다에서 배를 타셨는데, 우리가 더 크기 전에 육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은하가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고.


“누나, 여기 우리 집 가는 길 맞아?”

“그럼, 저기 교회 십자가 보이지? 거기서 놀이터 쪽으로 쭉 걸어 내려가면 우리 집이잖아.”

“아, 쭉 내려가면.”

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은하를 따라 걷다가, 뒤처지다가 했다.

“은우야, 빨리 와. 여기 건널목에서는 꼭 손들고 건너라고 했지?”

“응. 나도 알아.”

은하는 까만 눈동자로 연신 양쪽을 살피면서 한 손을 번쩍 들고 바쁘게 걷는 은우를 보고 있다가, 문득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장손, 잘 있었냐?”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은우를 바라보던 할아버지. 가끔 집에 들르러 오실 때마다 할아버지 눈에는 은우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우리 장손이 트로피 탔다면서?”

“응, 할아버지, 나 웅변대회 나가서 상 받았어요.”

“아이구, 잘했네.”

은우의 자랑스러운 목소리와 할아버지의 흐뭇한 표정이 은하의 눈앞에 다시 재생되었다. 은하도 글짓기 대회에서 상 받은 적 있는데, 할아버지는 아시기나 하실까.


“누나, 여기 계단 너무 높아.”

두 손을 짚고 힘겹게 다리를 끌어 올리는 은우를 보다가 은하는 선심 쓰는 척, 등을 척 내밀었다.

“자, 업혀.”

헤헤, 신이 나서 업히는 은우가 귀여우면서도, 은하는 괜스레 은우를 골려주고 싶어졌다.

“은우야, 우리 집에 가면 귀신 놀이할까?”

“그래.”

어른들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불을 다 끄고, 문을 덜컹덜컹 열었다 닫았다, 으흐흐 귀신 소리를 몇 번 내기만 하면 꼭 울음을 터뜨릴 거면서, 은우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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