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려줄까?

외톨이 전학생

by 봄날

전학을 온 뒤부터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 많았다.

낯설고, 작은 학교. 한 학년에 반이 여섯 개밖에 없는, 그래서 아이들끼리 서로서로 다 아는, 그 학교에서 은하는 외톨이였다. 전학 오기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은하가 아는 것도 많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한다며 추켜세워주곤 했다.

“은하야, 너는 어쩜 그런 것도 다 아니?”

“은하야, 재미있는 이야기 또 해주라. 저번에 네가 해준 얘기 재밌었어.”

친구들의 우러러보는 듯한 눈빛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새털구름처럼 둥실둥실 떠 오르곤 했었다.


아침부터 은하는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면 누가 이렇게 칠판을 깨끗이 닦아 두었냐고 물으시기를, 한껏 칭찬해 주시며 다른 친구들에게 은하를 좀 본받으라고 말씀해 주시기를.

“얘들아, 안녕? 오늘은 지난 시간에 내어 준 글짓기 숙제를 발표해 보자. 누가 먼저 해볼까?”

선생님은 은하가 기대했던 칭찬은 해주지 않고,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래도 글짓기 숙제라면 은하는 자신 있었고, 얼른 손을 들었다.

“저요, 저요.”

“음, 은하는 평소에 발표를 많이 하니까, 발표를 별로 안 하던 사람이 해보자. 동수야. 숙제 해왔지?”

이럴 수는 없었다. 어서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었다. 은하가 잘하는 발표로, 글짓기로 돋보이고 싶었다. 여기 학교 친구들은 다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살고, 멋진 옷을 입고, 학원도 많이 다니는데, 그런 것들은 은하가 따라 할 수는 없는 영역이었다.


“야, 너 이 책 읽어 봤냐?”

은하는 아침부터 이 녀석이 또 무슨 시비를 걸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옆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 재밌다.”

아직 이 책도 안 읽어 봤냐고 놀리고 싶은 걸까, 진짜 재밌어서 소개하고 싶은 걸까, 윤기의 표정을 다시 살피며 책 표지를 슬쩍 넘겨 보았다. ‘불행을 몰고 온 아이’라는 소제목에 눈길이 갔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이 은하의 머릿속을 간지럽혔다.

“빌려줄까?”

심장이 쿵쾅대며 나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은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윤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의심스러운 생각을 반가운 마음이 이겨버렸다.

“진짜?”

“응. 우리 집에 책 많으니까, 다 읽고 또 얘기해.”

어서 책을 펴서 읽고 싶어 안달이 난 은하에게 이제 다른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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