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엄마가 미안해

by 봄날

요즘 엄마, 아빠는 매일 늦게 오신다.

은하는 엄마가 미리 잔뜩 만들어 놓은 짜장을 데워서 은우랑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밥에 비벼 먹는 짜장은 처음에는 맛있지만, 자꾸자꾸 먹다 보면 냄새도, 맛도 약간 별로다. 밥을 먹고 은우를 먼저 재웠다. 엄마는 언제 오실까, 생각하며 현관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자꾸 눈이 갔다. 그전에는 아빠가 늘 집에 안 계셨지, 엄마는 우리랑 늘 같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사랑하는 아빠, 안녕하세요?

저는 엄마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먼바다에서 아빠가 보내주신 엽서와 선물을 어제 받았어요.

반짝이는 시계를 손목에 차고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다들 부러워해서, 저는 어깨가 으쓱했어요. 우리 아빠는 아주아주 커다란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항해한다고 자랑도 했어요.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소풍을 갔어요. 엄마는 은우를 업고 내 소풍에 따라오셨어요. 친구들은 은우를 보고 귀엽다고 난리였는데, 저는 엄마가 혼자 왔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생각을 잠깐 했어요.

아빠, 큰 파도와 싸우느라 힘드시죠? 거기 날씨는 어때요? 덥지는 않으세요?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아빠가 고생하시는 것 다 알아요.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할게요. 다음에 또 편지 쓸게요.



솨, 솨아, 먼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잠이 깼다.

꿈속에서 은하는 예전처럼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파도 소리는 은하의 상상이었을까? 이상하다. 여긴 어디지? 어? 속이 너무 메스꺼웠다.

“은하야, 괜찮아? 정신 좀 차려봐.”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데, 아직도 꿈속처럼 몽롱하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아유, 이게 무슨 일이니?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너희들만 집에 놔두고...”

엄마가 계속 무슨 말을 하는데, 은하는 아직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만 들었다.

“엄마, 은우는?”

“아이고, 은우도 다 토했지. 얼굴하고 손 하고 대충 씻겼으니까 이제 일어서 보자. 병원 가야지.”

“으응... 병원?”

“그래, 짜장이 상한 줄도 모르고 너희가 먹은 모양이더라. 은하야, 엄마가 미안하다.”

“아, 그래서 맛이 별로였구나...”

엄마의 흐느낌이 자장가처럼 은하의 눈꺼풀을 자꾸 감겼다.


그나저나, 오래전에 아빠가 사주신 예쁜 시계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시계도, 은하도 반짝반짝 빛이 났었던 그때는, 집에 돌아오면 카스텔라 굽는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책 빌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