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살이 눈을 찌른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왔다. 가족들과 부대낌 속에서 마음이 상했을 때, 혹은 그냥 말할 수 없이 지치고 힘이 들 때 찾는 카페이다.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커피 향에 젖어들다가,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들다가, 노트북을 켜서 글도 쓰다가. 내가 좋아하는 모든 상황이 갖춰진 오늘인데, 왠지 기분이 처량하다. 명절 뒤끝이라 카페에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확진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너거들 기차 타고 오는 거 괜찮겠나?”
“창가 자리만 예매를 받았다니까, 마스크 잘 쓰고 가면 되지 않을까요?”
“괜히 애들 데리고 움직였다가 만에 하나 감염될까 봐 그러지.”
“네... 그럼 김서방이랑 다시 의논해 볼게요.”
“그래. 우리는 괜찮다. 이래 영상통화하면 얼굴 다 보는데 뭘.”
설을 얼마 안 남기고, 결국 올해 명절은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2월 중에 상황을 다시 봐서 날을 잡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매년 그래 왔듯 나는 차례 지낼 준비를 했다.
배, 양파를 갈아서 갈비를 재우고, 몇 가지 나물을 다듬어서 데치고 무치고 볶고, 소고기 육수를 내어서 탕국을 끓였다. 갖가지 재료를 썰어서 꼬치에 끼우고, 계란을 풀어서 호박전, 동태전, 꼬치전을 부쳤다. 가족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만하면 괜찮다, 행복하다 느꼈다. 매년 그래 왔듯이 남편은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차례상에 절을 하고, 나는 뒤에서 밥을 푸고, 국을 뜨고, 음식들을 날랐다. 예정된 의식들이 끝나고 남편이 나서서 설거지를 했다. 아이들은 영상통화를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를 했다. 거기까지 다 괜찮았는데.
“얘들아, 밥 먹자.”
점심으로 떡국을 끓였다. 가족들을 부르는데 각자 컴퓨터, 태블릿, 핸드폰에 사로잡혀 움직이지를 않는다.
“훈아, 너 오늘 아침에 차례 지내고 계속 그 자세 그대로, 핸드폰만 보고 있네. 아무리 휴일이라도 사용시간이 너무 과한데? 그만하지?”
수험생인 큰아이에게 차마 말을 못 꺼내고, 막내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 서야 꾸역꾸역 식탁으로 모이는 가족들.
“떡국 먹고 우리 어디 바람 쐬러 다녀올까?”
“어디를?”
갑작스러운 내 제안에 의아하다는 듯한 눈빛들이 돌아왔다.
“글세, 호수공원이라도 갈까? 맑은 공기도 쐬고 산책도 하고.”
“난 별론데.”
큰아이의 대답에 울컥 고개를 드는 순간, 남편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좀...”
“아, 그래. 그럼 이대로 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으려고?”
“.....”
햇살 가득한 창가에 후드득, 눈이 날린다.
나뭇가지에 남아있던 눈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바람이 분 탓일까? 새가 날아오르느라 나뭇가지를 건드린 걸까? 새파란 하늘에서 반짝이는 눈송이가 흩날린다.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