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나는 앨리스가 되었다.
자가격리 2일 차
내 세상은 작은 방 하나로 축소되었다.
눈꺼풀은 자꾸 감기고, 목은 간질간질, 코는 맵다.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한정적이고 온몸에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앨리스처럼 내 몸이 커지고 있는 것일까? 문은 굳게 닫혔고,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가족들이 밖에서 두런두런 대화 나누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달그락 그릇이 부딪는 소리도 들린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듯하다. 나만, 이 작은 방 침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끝없는 잠 속으로 빠져들 뿐.
주말부터 목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잦은 기침이 시작되었다. 으슬으슬 추운 느낌과 함께 미열도 느껴졌다. 학기 초, 몸도 마음도 바쁜 시기에 몸살이 찾아온 것일까? 몸을 따뜻하게 하고 물을 자주 마시면서 차도가 있기를 바랐지만, 밤부터는 속 쓰림까지 동반되면서 더 괴로워졌다. 월요일, 학교에 조퇴를 내고 내과를 찾았다. 증상을 이야기하자 간호사는 병원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기다리면 원장님이 나와서 진료를 봐줄 것이라고. 평소 위염이나 감기 증상이 있을 때 늘 이용하던 병원인데도 낯설고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니 하는 수 없었지만.
의사는 소견서를 써줄 테니 당장 가서 PCR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그냥 몸살 아닐까요?라고 물었지만, 멀찍이 떨어져 고개를 젓는다. 약은 처방 해주시나요?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약국에서 약을 타서 보건소로 갔더니 줄이 엄청났다. 아, 이렇게 춥고 힘든데, 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하나? 집에 가서 약 먹고 푹 자고 나면 나을 텐데, 하는 유혹이 계속 들었다. 마침, 집 근처 대형병원에서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검사 결과를 오늘 안에 받을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거기라면 조금 덜 기다려도 되겠지, 생각하고 다시 병원으로.
어찌어찌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와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마침 학원에서 막 돌아온 아이에게 저녁밥을 차려주고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안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새벽에 문자 오는 소리에 언뜻 눈이 떠졌다. 잠결에도 검사 결과 문자가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터였다. “귀하는 양성으로 판정되어....” 앞, 뒷말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양성이라는 두 글자만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남편을 안방에서 몰아내고 그때부터 가족들과 대화도 카톡이나 전화로 대신했다. 당장 출근이 어려우니 학교에 전화해서 양해를 구했다. 남편과 아이도 제각각 연락을 취하고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제는 약만 먹으면 졸음이 쏟아져 거의 비몽 사몽 간에 하루가 지나갔다.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니, 남편이 안방 문 앞에 놓아준 식판을 가져다가 먹고, 약을 먹고 침대로 돌아가 잠이 들기를 반복하던 중, 꿈속에 나는 앨리스가 되어있었다. 집이 내 몸에 꼭 맞게 줄어들어서, 나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꿈.
악몽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집도 그대로, 나도 그대로 이긴 한 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이와 눈 마주치고 다정히 이야기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서로에게 오늘 하루도 잘 지내고 저녁에 만나자고 인사를 나누며 손 흔들며 각자 학교로 향하던, 아무렇지 않게 평범했던 매일 아침의 풍경이 못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