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위층 알람 소리

소설 연재

by 봄날

위잉, 윙, 드르륵, 머리 위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은주는 잠이 깼다. 휴일 아침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어째서 위층은 이토록 예의가 없는 것인가? 이불을 뒤집어썼다가, 몸을 옆으로 굴려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가, 결국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일주일 내내 아이들을 돌보고 출퇴근을 반복하느라 지친 몸은 좀 더 쉬고 싶은데, 온 세상이 도와주지 않는구나. 한숨을 몰아쉬며 시계를 보니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엄마아~”

훈이가 외치며 달려와 은주의 목을 끌어안는다. 어느새 얼굴에 번지는 웃음, 막둥이의 말랑한 살결과 애교스러운 미소는 은주에게 자양강장제와 같다.

“잘 잤어? 언제 일어났어?”

“으응, 아-까 일어나서 형아랑 책 보고 있었어.”

“잘했네.”

품 안의 막둥이를 내려놓자 그제야 진이가 은주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온다.

“엄마, 우리 조용히 책 봤는데, 우리 때문에 깼어요?”

“아니야, 윗 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깬 거야.”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하며 머리카락을 쓸어주자, 아이는 안심한 듯 활짝 웃는다.

“맞아. 위에서 위이잉, 소리 많이 났어. 나쁘다. 그치? 형아?”

동생을 바라보며 고개 끄덕이는 진이 눈에도 꿀이 떨어진다. 반달 미소를 짓는 눈이 ‘귀여워’라고 소리 없이 말한다. 온 세상의 막둥이들은 모두 이렇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겠지? 은주는 문득 맏이로 태어난 자신도, 은주의 첫 아이인 진이도 한없이 안쓰러워진다.


“우리 오믈렛 만들어 먹을까?”

“응, 좋아요!”

“누구 엄마 도와줄 사람?”

“저요! 저요!”

은주는 감자, 당근을 손질하고 길쭉길쭉하게 자른 다음, 넓은 쟁반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준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가 손을 씻고, 플라스틱 칼을 찾아와 신중하게 썰기 시작한다.

“엄마, 요 정도 크기로 자르면 돼요?”

“응, 맞아.”

“엄마, 나 벌써 이만큼 썰었어요. 많이 했죠?”

“우 와, 잘했네.”


은주는 과장된 몸짓과 말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무심하게 툭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에 목말라하며 자란 탓일까. 두 살 터울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표현에 서툰 자신 탓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게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아이들을 대할 때가 있다. 은주는 지금 가정이라는 연극무대에,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 중인 스스로가 낯설다.


“얘들아, 우리 이제 산책하러 갈까?”

“우 와, 좋아요!”

아이들 마실 물만 간단히 챙겨서 집을 나선다. 쉬는 날,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니까, 단지 내에 근린공원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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