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또 오고

소설 연재

by 봄날

“엄마, 내가 엘리베이터 눌렀어요. 어? 근데 올라갔어요.”

평일에는 아무리 깨워도 꿈쩍 않던 녀석들이, 휴일만 되면 어떻게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또 저렇게 힘이 넘치는지, 먼저 문밖에 나선 아이들이 은주를 재촉한다.


“지금 몇 층이야?”

“지금? 십육. 우리 위층에 멈췄어요. 어? 이제 내려와요. 엄마 빨리!”

허둥지둥 신발을 꿰어 신고 문을 나서니,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한 여자가 서 있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몸 뒤로 감추는 여자에게, 은주는 “죄송합니다.” 하며 얼른 올라탔다.


휴일 아침, 청소기 돌리는 소음을 냈던 사람이 저이일까?

은주는 궁금하고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역시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물음은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쏙 들어가 버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뛰어나가고, 은주는 여자에게 목례를 하고 아이들 뒤를 쫓았다.


“얘들아, 차 오는지 보고, 천천히 가야지.”

진이 엄마를 한 번 돌아보더니 동생을 부른다.

“훈아, 엄마랑 같이 가야지.”

양손에 아이들 손을 하나씩 맞잡고 근린공원을 향해 걷는 길. 길 양쪽으로 초록이 눈부시게 빛난다.

“와~ 와아~ ”

끊임없이 감탄사를 뱉어내는 아이의 눈을 따라가 보니, 봄이다. 공원이 다가올수록 노랑, 분홍 꽃잎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 꽃은 말랑말랑하지?”

“그럼, 꽃은 부드럽지. 아주 살짝만 만져볼까?”

“아니야, 그럼 꽃이 아프잖아.”

소중히 꽃을 들여다보는 아이의 마음이 예뻐 가만히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문득 눈앞이 흐려진다.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꽃 피는 봄이 왔는데, 은주의 마음엔 아직 찬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남편 없이 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봄날의 주말은 힘에 겹고 울적하기만 하다.

“엄마, 그네 밀어주세요.”

공원에 도착하자, 일찌감치 눈으로 벤치를 찾아 앉는 은주를 아이들이 부른다.

“엄마 피곤하니까 너희들끼리 타. 발을 앞으로 했다가 뒤로 했다가 하면서 굴려봐.”

아직 휴일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은주는 오늘치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하다. 그런 상황에 익숙한 듯 더 조르지 않고, 아이들은 놀이터를 가로질러 그네로 달려간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왠지 또 애틋해져,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자, 치즈, 해봐.”

작은 손가락 두 개를 벌려 브이 모양을 흉내 내는 아이들, 꽃보다 너희들이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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