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 홀로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by 봄날

은하는 건널목 앞에 서서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기분이 울적했다. 아침에 생리를 시작했고, 기말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은 아닌데 그 느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공부도 안되고 심란한데, 엄마의 심부름으로 나온 길이었다.

갑자기 무언가 강한 충격이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갔다. 그냥 건드려진 정도가 아니라, 체육 시간에 상대편에서 던져진 공을 정면으로 맞았을 때처럼, 타격감이 상당한 아픔이었다.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쾌한 감각이 정전기처럼 온몸을 진저리 치게 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자전거 한 대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은하를 돌아보는 그 얼굴은 의도가 다분한, 은하의 반응을 살피는 듯한,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장난이라고 치부하고 잊기에는 아픔도 컸고, 수치심까지 더해져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히 일부러 가슴을 친 것이었다.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목소리는 그를 쫓아가 소리소리 지르고 사과를 받아내라고 했다.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두부를 들고 있는 손이 떨려왔지만 아픈 내색도 하지 못하고 주변을 살폈다.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들키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얄팍한 티셔츠 하나에 반바지 차림에 나온 것이 잘못이었을까.


요즘 들어 이제 막 봉긋해진 가슴에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주변에는 브래지어를 착용하기 시작한 친구들이 꽤 있었다. 학교에서도 가끔 짓궂은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의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겼다가 툭 놔버리는 장난을 쳤다. 은하는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황당한 장난을 직접 당한 적은 없었지만, 킥킥거리며 도망치는 남자애들도, 화를 내기보단 창피해하는 표정으로 웃기만 하는 여자애들도 이해가 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대로변에서, 애들도 아니고 어른에 가까워 보이는,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해봤다.

저 골목에서 그 사람이 다시 쑥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어딘가 낯선 곳을 홀로 헤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은하야, 두부 사 왔어?”

“네에. 네?”

“얘가 왜 이렇게 멍해 가지고 왔어?”

엄마한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마음속 아주 깊은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졌는데, 은하가 뭘 잘못해서 그 호수를 들킨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스멀스멀 연기처럼 올라왔다. 방문을 닫고 들어와 혼자가 되어서야,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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