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동네는 이렇다 할 간식거리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손재주가 많으시던 어머니는
아이들 간식을 손수 만들어 주시곤 했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이면, 3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카스테라를 만들어 먹곤 했다.
오늘 문득 그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큰 프라이팬 같은 사각팬이
주방 한편에 놓여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집에서 내가 뒹글 거리다.
팬을 만지작하면
어머니가 웃으시며 주방을 향하신다.
계란 한 판을 가져와 큰 양푼에 넣고
휘적휘적하기 시작한다.
30여분 남짓 휘적거리다 보면 제법 거품이 나기
시작한다. 거기에 밀가루를 넣고, 소금, 설탕을
넣고 난 후 가열된 프라이팬에 넣어 주면 어느새
도톰하게 올라온 카스테라가 만들어져 있었다.
3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그걸 먹는다.
그 모습을 어머니는 물끄러미 바라보시곤 했다.
그 추억이 아련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아이는 자라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잊어버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를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중에 하나인 듯하다.
그 어릴 적 먹었던 카스테라의 맛은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리지만, 형, 누나와 휘적하던 즐거운 기억은 머릿속 한편에 고이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