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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공돌이 May 09. 2023

ST#121 비오는날

물 웅덩이

비가 세차게 내리는 어린이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버티다가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집을 나섰다.


역시나 비는 매섭게 내렸다.

그 억센 비를 뚫고, 자주 가던 카페에 도착했다.

폐교를 카페로 바꾼 곳인데 아이는 장화를 신고

내달릴 생각에 들떠 있다.


차에서 내리자. 아이는 물 웅덩이를 향해 달려간다.

옷에 물이 튄다고 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삼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도 비오는날 장화 신고 밖에 나가 물 웅덩이에

첨벙거리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옷이야 젖든 말든 그것이 무엇이 상관이랴

즐겁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이가 들었고, 부모가 되었다.

그리 되어 보니 아이가 눈에 들어오고,

그 물 웅덩이에 내 어릴 적 모습이 비친다.


유난히 세차게 비가 내리던 어린이날

아이는 웅덩이 하나로 모든 게 즐겁다.


괜찮다, 아들아 나도 그랬다.
즐겁게 달려라.
 그저 너는 밝게만 자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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