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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공돌이 Jun 14. 2023

ST#125 사슴벌레

야간 탐색

아들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잡아 달라한다.


그때부터 고민은 시작되었다.

사실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야외에서 본 기억은

30여 년이 넘었다.


이 녀석들은 어찌 잡지 하는 고민을 하는데

친한 선배와 이야기하는 중 본인의 경험담을 듣게 되었다. 애들은 주로 야행성이며, 사택을 둘러보면 일주일에 몇 마리 잡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곤 바로 결심이 섰다.


그래. 일단 나가보자.


사택단지를 밤 11시가 넘어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 30여분 동안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사슴벌레 수컷을 잡았다. 그러곤 다시 둘러보니 암컷이 하나 있었다.


ㅋㅋㅋ 성공했다.


기쁨도 잠시 이걸 어찌 키울까 고민을 했다.

와이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와이프가 고민에 빠진다. 슬며시 내일 애들 보여주고 놔줄까 하니

흔쾌히 키우자 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아들들이 난리다.

사슴벌레가 왔다며, 즐거워하는데 첫째가 묻는다.

아빠, 사 온 거야?


이런, 모기를 뜯겨가며 잡아왔더니 아들 첫마디가 사 온 거라니....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다.

너희들이 어린이집을 다녀오는 동안 아빠가 사슴이 집을 만들어 놓겠다 하니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아이들이 등원을 하고, 동네 마트에 들러 사육통, 젤리, 발효톱밥, 놀이목, 먹이통을 사서

집을 꾸며주고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들어오니 아이들이 사육통에 붙어 있다.

그 모습이 정겹다.


그렇게 한참 관찰을 하더니

첫째가 다시 묻는다.

장수풍뎅이는 언제 잡아줘.


이런, 아직 숙제가 끝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늦은 밤이 되자 밖으로 나선다.

이 채집이 언제 끝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사슴벌레 암수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밤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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