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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공돌이 Dec 30. 2020

ST#57 마무리

헤어짐

사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20년이 넘었다.

그나마 유지하고 있었던 것들은 자식의 결혼

그리고 손자들 때문에 유지되고 있었던

인연이었다.


어머니가 은퇴를 하신다.

결혼을 하고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모든 삶을 다 바치시며 살았다.


그 뒷 무게를 내가 감당하려 했다.

조그마한 건물을 매입해서 어머니께서 노후 동안 세를 받으면서 살게 하겠다는 소소한 생각들


실로 많은 돈이 필요했고

아버지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어머니의 노후를 위해 도와주실 수 없느냐고


사실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퇴직을 하셨고

지금도 이런저런 일을 하시고 있기 때문에

그 만큼의 여력이 있으리라 나는 판단했었다.


첫마디가 그렇다.

그냥 용돈을 드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사실 어머니는 본인이 능력이 되시면

누구에게도 힘을 빌리려 하시는 분이 아니다.


어머니께서 자식들에게 내내 용돈을 받으며

눈치를 보는게 싫었다.

그래서 이 생각을 시작한 것인데

20년을 같이 살았으면서 그걸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어머니의 노후를 위해 자식이 뭔가 하겠다는데

아버지란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어머니도 너무 화가  나신 듯 했다.

이혼을 하시겠다고 선언하셨다.


나는 차마 그 결정을 말릴 수 없었다.

어머니께서 겪어온 시간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아들로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삶을 그리 복잡하게 살 필요가 있는 것 인가?

배우자로서 20년을 살았으면

응당 본인의 여력이 되는 한에서

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너무 화가 나지만

이제는 사실 화낼 여력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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