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한 예의
스페인 친구와
언제, 어디서, 몇 시에 만날지 약속을 정했다.
약속 당일,
나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야? 오고 있어?”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미안해! 아직 가는 중이야. 좀 늦을 것 같아.”
알겠다고 답한 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30분이 지나서야
친구는 도착했고,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다음엔 늦지 말라고 웃으며 넘겼다.
시간이 지나
같은 친구와 다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친구는 늦었다.
이번엔 40분이었다.
이번에는 나도 용기를 냈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또 약속 시간에 늦는다면
나는 더 이상 널 만나기 힘들 것 같아.”
이 말을 하기까지 사실 몇 년이 걸렸다.
스페인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약속 시간에 자주 늦는다.
처음부터 그랬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스페인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어느 날, 예전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그건 그냥 스페인 문화야.”
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
나는 순간 당황했고,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건 문화가 아니라는 걸.
학교에 갈 때,
회사에 출근할 때,
그들은 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시에 도착하려 애쓴다.
그렇다면
친구와의 약속은
늦어도 괜찮은 걸까?
이건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다.
예의의 문제다.
물론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어쩌면 약속 시간에 늦는다는 건
몇 분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백일지도 모른다.
결국 지금 내 주변엔
국적은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