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한 사발
스페인에는 설날이 없다.
이곳에서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한국의 설날 연휴가 부럽다.
설날이 없으니
당연히 2월에도 빨간 날은 없다.
한국에서 가족들이 설날을 보내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며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가끔 누군가 나에게
“한국 새해 축하해!”라고 말해줄 때가 있다.
그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인지
사실 누군가 말해주길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보내는 설날이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한국 식당에 가서 외식하는 것이
나름의 작은 축하 파티다.
그런데 이번 설은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문득 떡국을 직접 끓여 먹고 싶어졌다.
마트에 가서 소뼈와 소고기를 사고,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몇 시간을 끓인 뒤
불순물을 채로 몇 번 걸러냈다.
그 사이
냉동실에 얼려둔 떡국떡과 야채를 준비해
사골에 떡과 재료들을 넣었다.
귀찮았지만 그래도 설날이라고
계란도 따로 부쳐 잘게 썰어 고명으로 올렸다.
그리고 저번에 담가둔 김치와 함께
한 숟갈 떠봤다.
와우, 맛있다.
역시 사 먹는 것보다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
타지에서 보내는 설날이라
조금은 섭섭하지만,
떡국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몸도 따뜻해지고
배도 든든해졌다.
그리고
마음도 조금은 채워진 것 같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