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커피라는 습관
진한 갈색의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이내 하얀색 바닥을 적신다. 코끝을 타고 들어오는 진한 원두의 향은 새로운 아침을 알린다. 커피잔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과를 시작한다. 다시 이어지는 업무 사이사이에 함께 하는 커피. 아마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 내 옆을 내어준 이가 커피일 것이다.
커피와 함께하는 일상처럼 반복되는 생활 속에 시간을 쪼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단상들을 그림으로 남기기 위해 '하루 하나의 생각 그림' 그리기. 의욕과 기대를 품고 시작된 계획은 또 한 번의 3일. 일상 속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습관을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습관 만들기 시도 속에서 두 달 만에 깨달은 생각. 나는 왜 그림 그리기라는 습관을 만들려고만 했을까? 커피를 처음 접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시작해야지.’라고 계획하고 습관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냥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으면 쓴 듯 단듯한 시원함과 입속으로 퍼지는 커피 향이 자연스레 컴퓨터 앞으로 나를 데려갔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그때까지 없었던 일상에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굳이 습관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커피의 맛과 향이 좋아 나도 모르게 고된 일의 시작에 앞서 행했던 의식이었다. 그렇다면 그림 그리기는 내가 정말 좋았던 일일까? 커피만큼 즐기는 일이 아니었다. 일상의 변화를 위한 도구였으리라.
자기 계발과 변화를 위한 습관 만들기 노력은 무수히 반복되고 좌절된다. 하지만 우리는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다양한 습관들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식사 후에 마시는 물, 외출 전 거울에 비춰보는 자신의 모습, 틈틈이 열어보는 SNS 메신저. 굳이 만들지 않은 습관들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새로운 습관이 커피 한잔의 기쁨만큼 매력적입니까?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처럼 늘 내 곁에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