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꼭 있어야 돼?

무엇을 구매하려고 하면 항상 듣는 그리고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

by 이영한

"이거 사서 뭐하게?"

맨날 듣는 말이다. 갖고 싶은 것을 살 때마다 꼭 누군가가 나한테 저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보면 고마운 말이다. 내 지갑 사정을 걱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질문을 할 땐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사는 거지.


며칠 전에는 아이패드를 갖고 싶었다. 한 5년 전쯤에 아이패드를 한번 구매했다가 몇 달 쓰고 팔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유튜브 같은 영상 보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서 할게 게임밖에 없었다. 왜 샀을까?


그냥 사보는 거지.


5년이 지난 후 다시 구매하기 전에 내가 과연 이걸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그리고 게임밖에 할 게 없었다. 과거의 악몽이 떠올라서 사면 또 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샀다.


다시 사보는 거지.


일주일은 너무 만족했다. 노트북보다 작은 화면이고 휴대폰보다는 조금 큰 화면이지만 그날만큼은 대형 스크린이 따로 없었다. 예상대로 침대에 누워서 영상만 계속 보고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아이패드로 하려고 하고 최대한 활용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아이패드를 책상에 올려놨다.

벌써 질렸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침대에 있어야 할 아이패드는 책상으로 가고 나도 책상에 앉았다.



유튜브에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검색을 해봤다.

넷플릭스

게임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이 외엔 딱히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게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일할 때 사용하는 것 외에는 나와 같을 것 같다.


항상 한 달에 한 권은 책을 꼭 사서 읽는 편이다. 근데 책 한 권 값으로 한 달 동안 대부분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소식을 보고 당장 어플을 깔았다. 첫 달은 무료라서 괜찮으면 계속 볼 예정이었고, 그 무료기간 동안 무려 세 권을 읽었다. 그리고 이번 달은 결제를 했다. 눈은 좀 아프지만 보기도 간편하고 아이패드를 들고 외출했을 땐 언제든지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만족을 했다.


그림은 나와 안 친하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대체 뭘 그린 거냐라고 할 정도로 그림을 정말 못 그린다. 그런 내가 책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라인드로잉이라고 한마디로 밑에 그림을 대고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문구점에 가서 천 원에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폰 터치펜을 구매한 다음 그림을 그려보니 보정도 해줘서 내 똥 손이 그림을 그리는 현장을 목격했다. 욕심이 났다.


아이패드를 사면 순서대로 구매해야 될 목록

아이패드 케이스

아이패드 필름

아이패드 휴대용 케이스

애플 펜슬

애플 펜슬 촉

애플 펜슬 케이스

스마트 키보드


준비는 끝났다. 애플 펜슬로 그림을 그려보니 나는 금손 인척 하는 게 틀림없다.

역시 장비빨이 괜히 나온 단어가 아니구나.

대부분 사람을 많이 그렸는데 그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너무 잘 그려줬다고 고마워하는 것에 놀랐다.

예상외로 나의 아이패드 구매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냥 갖고 싶은 건 다 갖는 스타일이다. 물론 꼭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말이다.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사봤다. 제일 많이 산 것은 옷이고 다음으로 전자제품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관심사도 다를 수밖에 없고 생각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고 누군가는 여행을 가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나도 갖고 싶은 것에 소비를 하는 것이다.

혹시 지금 구매할까 망설이고 있다면 조금만 더 고민해보고 계속 생각이 난다면 그때 구매해도 늦지 않다. 그 이후에 누군가가 "그게 꼭 필요했어?"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얘기해라.


그냥 사는 거지.


사용하면서 전부 만족했을 수는 없겠지만 구매한 그날만큼은 하루가 정말 행복했다는 것은 틀림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가 오면 웃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