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4. 3,700원의 자유.. 단팥빵"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 ㅡ14

by 한자카

Chapter14.


3,700원의 자유.. 그리고 저녁의 적막함


오후 2시

넘버원의 외부일정은 elegance 하게 끝났고,

나는 또 당분간 대기. 전용 대기실도 있고, 차 안도 나쁘진 않지만

주로 카페에서 대기한다.아담한 커피숍부터, 스타벅스, 맥도널드,

길목마다 박혀 있는 브랜드 카페들까지.


매번 같은 곳에 머무르면 생각도 같은 데만 맴도는 법!


그래서 걷는다. 카페 사이를 어슬렁, 골목 끝까지 어슬렁,

도시의 그림자처럼, 그러다 익숙한 또 그곳,


성실한 듯 무심한 파란 간판. Paris Baguette

거기서 요즘 꽂힌 조합이 있다. 단팥빵 하나, 두유 하나. 총 3,700원.

단팥빵은 쓸데없이 정직하다. 달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두유는, 콩? 탈모 예방에 왠지 좋을 듯,

이미 많이 빠진 나에겐 “예방”이 아니라 그냥 "희망"같은 거다.


그게 뭐든, 목 넘김은 부드럽고, 식도쯤 내려갔을 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식탐이 별로 없는 내 카드는, 밥값은 크지 않은데

음료값이 늘 더 많이 나간다. 이상하게도, 뭔가를 씹는 건

욕망을 채우는 느낌인데, 마시는 건 왠지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3,700원. 작고, 소소한 두유를 홀짝이며 생각한다.

저녁 일정이 뭐였지..ㅡ


저녁 7시.

을지로 호텔 로비.

고급진 유리창 너머로 도심의 야경이 퍼져나가고, 하이힐 소리가 리듬 없이 얽힌다.

정장을 입은 이들이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브라운색 재킷의 단추를 조용히 풀고 한쪽 구석에 앉는다.


회장은 “금방 끝날 미팅”이라 했다. 늘 그렇듯, 나는

그 금방을 묵묵히 기다리는 쪽이다.


근처 편의점에서 닭가슴살 샐러드와 두유 하나를 get!.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전투식량 같은 커피보단,휴전협정 같은 두유!

작은 테이블에 펼쳐놓고, 주변을 힐끗 살핀 후, 느리게 한 입.

그저 그런 맛있지도 않은 드레싱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온

생각 하나.


‘왜.. 나는 항상 어디선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지?’


샐러드를 비우고, 포크를 조용히 구긴다. 주변은 여전히 고급스럽고 붐비지만,

내 속도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만큼 느리게 흘렀다.

샹들리에가 무표정한 빛으로 천장을 비추고 있을 때,

시계는 밤 10시를 넘긴다.


세 시간 전, “곧 끝납니다”라는 그의 말은 이제 배경음처럼 익숙하다.

자정이 넘어 끝나는 일정도 특별하진 않다.

짜증은 사라진 지 오래. 감정은 마모되고, 나는 그저 담담하게 앉아 있다.


잠시 후, 호텔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갑고, 시간은

오늘따라 묘하게 더디다. 도로변을 지나 고급 세단들이 여유 있게 흘러가고,

호텔정원의 조명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켜져 있다.


“드르르륵.” 진동. 회장의 전화다. “미안해요, 가시죠"

익숙한 짧은 명령,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로 향한다.


강변북로.

도심의 불빛이 점점 희미해지는 길 위. 그는 침묵했고, 나는 말없이 창밖을 응시했다.

도착은 아직 멀었고, 새벽은 점점 가까워진다.


“담배 한 대 피우고 갑시다, "

도로 근처 한적한 곳에 차를 멈춘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나는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가로등을 본다. 황금빛이 섞인 잿빛 연기가 천천히 퍼진다.

불빛 아래 그의 옆모습은 어딘가 쓸쓸했고, 그 기운은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까지 흘러들었다.


“아, 미안해요. 갑시다.”

그는 다시 차에 오르고, 나는 시동을 건다.


집 도착, 새벽 한 시 반.

오늘도 무사히 돌아왔다. 잠을 잘까, 영화 한 편을 볼까.

그 사이에서 망설이다, 피식—작게 웃는다. “이게 내 팔자지, 뭐.”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빛은 가라앉았다. 불도 켜지 않은 채 테라스로 향한다.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장갑을 끼고, 봉투와 작은 삽을 챙긴다.

똥과 소변을 치우고, 물그릇을 닦아 다시 채운다.

아톰과 꼬미의 눈망울이 나를 따라오고, 나는 조용히 마주 앉아한 마리씩 쓰다듬는다.


“미안해. 오늘 산책 못 시켜줘서…”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다음엔 꼭 나가자. 오늘은… 빨리 자야 하니까.”

실망한 눈빛이 나를 잠시 원망한다. 나는 천천히 손을 털고 일어난다.


새벽 두 시.

네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불은 꺼진 채, 새벽 공기만 느릿하게 흘러간다. 다시

회장님 댁으로 향하는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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