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5.내겐 비타민 같은 그녀"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15

by 한자카

Chapter15.


내겐 비타민 같은 그녀"


회사 주차장.


시동 꺼진 차 안-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숨을 들이쉬는 것도,

내쉬는 것도 귀찮을 즈음., 신호가 왔다.

욱신— 찌릿. 무릎 관절은 말없이 항의하고, 복숭아뼈 부근이 시큰시큰하다.

엘보 근처에서 시작된 통증이 손가락 마디까지 은근히 퍼진다. “젠장…

어제 무리했군.”뛸 땐 멀쩡하다가, 멈추면 꼭 고장 난 기계처럼 뒤늦게 아프다.


사실 어제, 잠을 접었다. 자고 일어나기엔 시간이 애매했기 때문에,

운동복을 꺼내 입고, 새벽 아파트 단지를 한 시간쯤 뛰었었는데,

그때까진 괜찮았다. 정말 그때까진,


그때, 핸드폰이 드르륵"익숙한 이름, 가현님(비서님).

“여보세요.”

[“1층 로비로 와주세요. 회장님께서 부탁하신 게 있어서요.”]

그녀의 목소리, 낮게 깔리면서도 유난히 맑고 정확하다.

그리고 어딘가 다정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네, 지금 갈게요.”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힐끔 본다. 피곤한 얼굴. 흐트러진 머리.

괜히 셔츠 단추를 한 번 정리하고, 로비로 향한다.


회전문 사이로 그녀가 보인다. 크림색 원피스. 소매는 팔꿈치 아래로

단정하게 떨어지고,머리는 단단히 묶였는데도 어쩐지 부드럽다.

그녀는 와인을 들고 조심스레 다가온다. 눈은 그대로 나를 바라본다.

피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게.


“회장님 와인이에요. 차에 넣어달라고 하셨어요.”

그녀의 손에서 건네받은 와인병. 유리보다 따뜻한 무언가가 손끝에 살짝 스친다.


“요즘 피곤해 보이세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시선은 여전히 고요하지만,

말투에 살짝 걱정이 섞여 있다.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간만에 좀 움직였더니…

이제 몸이 말을 안 듣네요.” 굳이 ‘운동했다’는 말은 삼킨다.


그녀가 짧게 웃는다.

길지 않은 웃음인데, 부드럽다..


차에 와인을 싣고 뒷좌석을 한 번 더 확인한다.

별일 아닌 척, 시동을 걸고, 고개를 돌려본다.

그녀의 말투, 옷차림, 웃음소리.. 자꾸 떠오른다. 귀엽다..진짜.


“야, 너 뭐 하냐. 웃기지도 않네.” 툭, 머리를 친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약국으로 향한다. 진통제, 근육이완제, 그리고

비타민까지 잔뜩 챙긴다. 몸이 삐걱거려도, 얼굴에는 아직 웃음이..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피곤한데도 웃음이 나오는 건,

그녀 때문일까..그 .. 짧은 몇 마디 덕분에….?


이상하게도, 숨이 트인다.그녀의 작은 미소 하나에, 괜히 오늘

하루가 조금 더 괜찮아질 것만 같다


주유소에 잠시 들린 후 ,회사로 돌아와 정해진 공간에 차를 조용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 컵밥 하나 사겠다고,백화점과 연결된 지하상가로 발을 옮겼다.

“오늘은 뭐, 그냥 이거면 됐지.”


이곳은 언제나 복잡하다.지하철과 상가가 얽히고 설킨 미로 같은 공간.

사람들 발길에 밀려 나도 어느새 익숙한 방향으로 걷는다.


덥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는 찬 바람이 잠깐 스친다.

그 틈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한 자락.


딱, 그 노래였다. 맞다..그 노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희미했지만 그 멜로디는, 나를

단숨에 과거로 데려갔다.기억은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돌아온다.



문득.

그녀가 떠오른다.



2014년의 가을 어느 날 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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