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 아래 장충동, 서울클럽의 진실..

120년 전통의 VVIP 멤버십 사교 클럽, 서울 클럽(Seoul

by 한자카

Chapter02.


남산타워 아래 장충동, 서울클럽의 진실..


어스름한 저녁 5시.

간부 회의를 끝내고 1층 로비로 내려오신 회장님의 휴대폰, 연이은 진동소리, 드르륵드르륵ㅡ

카톡 알림이 끊이지 않고, 그의 손은 빠르게 화면을 터치한다. 그리고 오늘은 평소와 달리,

짧지만 분명한 당부가 있었다.


“오늘은 조금… 의미 있는 자립니다. 늦으면 안 됩니다.”


그 말의 무게는 조용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당연히 남산 2호 터널로 향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이태원역을 지나 한강진역 방향을 가리킨다. 잠시 망설였지만, 그럴 때는

그냥 따르는 편이 낫다. 이런 날엔 내 생각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차창 밖, 붉은 노을이 도시의 골목과 골목 사이를 흘러내린다. 빛은 건물 틈에 스며들고,

하루의 마지막 장면처럼 조용히 도시를 감싼다.


남산 기슭을 휘돌아 오르자, 국립극장이 천천히 시야 아래로 깔린다.

Banyan Tree 호텔을 스쳐 단정한 골목 끝자락,

그리고 마침내, 그곳. “서울클럽”에 도착했다.


그 이름은 낯설진 않았다. 회장님의 통화 너머로 가끔 들려왔던 단어였다.‘서울… 클럽.’

호텔 이름인가? 아니면 무슨 사교 모임일까? 여긴 강남 불금을 상상하거나, 홍대 새벽 감성 같은

그런 클럽이 아니다. 스피커 대신 조용한 눈빛이, EDM 대신 낮은 웃음소리가 흐르는 곳.


건물은 조용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군더더기 없는 황갈색 벽돌의 표면. 시간이 쌓여 만든 자연스러운 얼룩과

미세한 균열이, 오히려 더 단단한 침묵처럼 느껴졌다. 겉모습만 보자면, 오래된 유럽 외곽의

작은 저택처럼 담백했다. 현관은 높지 않고, 과장되지 않았지만 문 앞에 선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등을 살짝 밀었다.


문을 열자, 묵직한 정적이 먼저 맞이했다. 한 발, 또 한 발—이곳에선 시간이, 공간을 하나의 결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는 그 결 속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장소라는 걸. 입구엔 프런트 데스크도, 번잡한 체크인도 없다.


대신 오가는 사람들끼리 짧은 눈인사와 고개 끄덕임이 전부다.

이름을 먼저 묻는 법도, 자신을 설명하는 일도 없다.


피트니스, 테니스, 수영장, 레스토랑, 키즈존. 겉으론 평범한 시설이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와 악수 한 번이 서울의 흐름을 조용히 바꿔놓는다고 한다.


서울클럽. 단순한 멤버십 클럽이 아니었다.

1900년대 초, 고종황제의 의지로 시작된 공간. 이곳은 왕정이 끝나고 나라의 모양이

바뀌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외부에 자신을 광고하지 않았다. 120년 전통의 사교 클럽.

그 안에선 이름보다 격이, 말보다 눈빛이 먼저 건네진다.


가입비 수천만 원, 연회비 수백만 원. 말 그대로 선택받은 이들만의 영역. 회원이 된다는 건,

단순한 경제력의 증명이 아니다. 여기선 누가 당신을 ‘믿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기존 회원 두 명의 추천, 몇 년의 대기,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철저한 심사.

하지만 이곳에선 돈보다 신뢰의 길이 더 길다. 그 누구도 입장 거절의 이유를 들려주지 않는다.

단지 들어오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 이 공간의 격을 말해줄 뿐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만 오는 곳’이다.

실제로 이 공간을 스쳐간 이들 중엔 정계, 재계, 군·외교 고위 인사부터 낯익은 연예인들까지

다양하다는 소문. 하지만 그 누구도 이곳에선 ‘누구답게’ 행동하지 않는다. 서울클럽은 사람을

평평하게 만든다. 그 누구도 돋보이지 않지만, 그 모두가 어떤 무게를 갖는다.


누군가는 이곳을‘서울에서 가장 조용한 거래소’**라고 부른다.

무언가를 사고팔지 않아도, 정보와 신뢰가 움직이는 장소.

나는 오늘 그 거래의 중심에 끼진 못했지만, 그 공기만으로도 뭔가 다른 결을 느꼈다.


오늘 내가 본 서울은,

크게 떠드는 도시가 아니라 조용히 귓속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도시였다.

나는 그 속삭임 옆을 잠시 스쳐 지난 한 사람일 뿐,


서울클럽(Seoul Club)


그 정체는 아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프라이빗하고, 훨씬 오래된 일루미나티(Illuminati)의 세계..

어쩌면, 서울 한복판에 숨어 있는 프리메이슨(Freemason)의 로지(Lodge) 같은 게 아닐까..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은 침묵 속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나는 혼자,

지루하게 길어질 오늘.. 붉은 밤 속에서 그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슬쩍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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