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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희 Nov 17. 2022

실패의 경험의 시작인 수능시험을 오늘 보러 갔습니다.


" 아들~ 시험장에 엄마가 좀 일찍 데려다주면 시험 시작 전까지 시간이 남을 텐데 공부할 자료도 챙겨"

" 딱히 챙길 자료가 없는데"


오늘 아침 고3 수험생 아들과의 대화다.

나와 아들의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 

수능 시험 날 아침이니 웃으며 성급히 대화를 마무리하고 아들을 시험장에 데려다주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꼭 안아주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몰래 찍었다.

같이 기념사진 찍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그래도 가끔씩 몰카를 찍어서 같이 공유하면 피식 웃고 좋아하기도 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엄마, 아빠 때는~~~"이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해주었다.

긴장할까 봐 얘기를 해주었는데 나를 위한 수다 같았다. 

옆에 앉은 아들은 무덤덤해 보였다. 그렇게 보이려고 한 건지는 모르지만 그래 보였다.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무엇인가 결단의 날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수능시험에 임하면 좋겠는데

엄마의 기대와는 다르게 거의 포기 상태로 하던 데로 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하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정말 무서운 마음에 모두 같은 번호로 찍고 자고 오지는 말라고 했더니

아들이 나를 째려봤다. 아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음은 한시름 놓였다.




예체능계열의 대학 진학을 준비한 아들이다. 

갑자기 미대오빠를 한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부터는 그 잘하던 공부하고는 좀 멀어지더니 이제는 많이 멀어진듯하다.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하는 2020년에 코로나 팬더믹으로 학교 등교를 거의 하지 못했다. 2학년 때도 절반 정도 등교를 했고, 3학년 때는 입시 준비로 정규수업을 집중해서 많이 듣지 못했다. 많이 안타깝다.

그 좋은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코로나로 망쳐버린 듯하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랑 놀러 가는 곳이다. 친구가 학교에 있기 때문에 학교를 간다.

공부는 학원에서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선생님이 좋아서 학교에 가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온라인 수업을 하고 마스크 쓰고 학교생활을 했으니 친구들 얼굴이나 제대로 알긴 할까? 오히려 중학교 친구와 학원 친구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 같다. 




이런 아들이 많이 걱정되지 않는다. 

아들을 믿기도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이 수능시험 과정은 인생에서 아주 작은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혹 내가 서울대를 나와서 아주 잘난 삶을 사는 지름길 경험을 해봤다면 대학이 최고의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방대를 나와서 직장생활을 하며 아주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이기에 학교가 그리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내 자녀들에게도 대학에 목숨을 걸듯이 인생을 안내하지는 않는다. 


이런 것이 부모의 가치관일 것이다. 

내 가치관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람의 가치관은 모두 다르니까.

나의 가치관의 큰 틀은 경험해서 얻는 지식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경험, 실패의 경험, 좌절의 경험, 상실의 경험, 사랑의 경험, 쾌락의 경험, 슬픔의 경험등 이 모든 것은 직접 겪어봐야 안다.

아침 대화에서 내가 대신 수능을 봐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수능시험도 경험해봐야 하고 , 성적의 결과로 인생의 진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나와 같은 레벌이 었던 친구가 나보다 더 잘 되는 것을 보고 질투를 해보는 경험도 필요하다. 오기가 발동하고 그래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겨서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목표가 없기에 혹은 목표가 너무 작기에 삶이 무미건조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산다.

나도 19살에 그랬다.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말썽 안 부리고 착하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 중년의 나이가 되기까지의 수많은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난 믿는다. 우리 아들이 나처럼 중년이 되면 멋진 아빠로 멋진 사회에 중직으로 있게 될 것을 말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더 열심히 안 하고 좋은 대학에 못 들어간 것을 후회하겠지. 하지만 후회는 하되 안주하지만 않으면 된다. 과거를 발판 삼아 오늘에 더 집중해서 자기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 가면 되니까.


아들이 엄마인 나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존재로 아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희망을 줄 것이다. 힘들고 지쳐서 쓰러지려 할 때 옆에  동행하며 같이 일어날 것이다. 

시험장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한가득 준비해서 꾹꾹 눌러 담았다. 작은 쪽지도 써서 넣었다.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알고 지금처럼 좋은 아들이면 난 된다.

사회생활은 능력보다 인격으로 승리하는 것이 많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능력 부족으로 많이 위축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또한 경험하면서 해결해나가면 된다.

결핍이 있어야 열정이 생겨난다. 부족해봐야 가지고 싶어서 노력을 하고 움직이게 된다.

환경 탓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옛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고 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고 공부를 안 했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성적을 받을 것이다.

공부의 기술이 탁월하지 않은 아들의 성적은 안 봐도 나는 알 것 같다.

오늘의 수능시험 결과로 대학의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불합격의 경험을 하고 나서 아들의 눈빛이 변하길 바라본다.

혹 나쁜 엄마라고 말해도 겸허히 수용하겠다. 




언제나 최선의 씨앗을 심어서 본인이 만족하는 결실을 맺길 바란다.

내가 바뀌어야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다.

세상엔 공짜가 없단다. 아들아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성공을 해도 실패를 해도 항상 네 곁에, 니 등 뒤에 엄마가 있을게.

지금처럼 널 사랑하고 널 응원한다. 

지금 시험장에 있을 너에게 이런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지금의 수능시험이 인생의 장(場)에서의 첫 발돋움이다.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고 앞일을 계획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다 보면 매일이 행복이고 감사다. 

실패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발걸음에 지나지 않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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