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희 Feb 04. 2023

자가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 수 있을까?

20살이 되자마자 2023년 1월 1일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저녁 8시에 아들이 옷 입고 나갔다.

기대감이 얼굴에 한가득했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나에게 외출 허락을 받았다.

무엇인가 합법적으로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척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 기대를 꺾고 싶지 않아서 기분 좋게 허락하고 좋은 시간 보내라고 용돈도 주며 보냈다.

지금 2월 4일이다.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그 이후로 2~3번 친구들과 술을 먹는다며 나갔다.

술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용돈들 모아서 마시는 아들 입장에서는 마음껏 많이는 못 마신 듯 보인다.

엄마로서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는 늦은 귀가를 예고하고 술을 먹는다는 아들을 전화가 있었다. 새벽에 아들 방문을 열어보니 소주를 먹고 온 술 냄새가 났다. 

그때 드는 생각이 '아들 다 컸네.' ' 자가 대학 졸업해서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잘 살 수 있을까?'였다.

까마득한 나중일인 듯했었는데 20살 되었다고 친구들과 술 먹고 귀가하는 아들을 보며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세대를 MZ 세대라고 부른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세대를 구분할 때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출생 집단을 X세대,

1980~1994년까지를 밀레니얼 또는 Y 세대, 1995~2009년 태어난 사람을 Z세대라 일컫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여느 집 아이들처럼 내 자녀도 핸드폰과 컴퓨터 없이는 못 산다.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최근에 알게 되었다. 

'가취관'이란 가벼운 취향 중심적 관계, '자만추'란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 '선취력'은 먼저(先) 착함(善)을 취한다는 뜻으로 촛불집회, 국민청원 등을 통해 도덕적 감수성과 사회참여에 예민하며 원하는 바를 먼저 이뤄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단어들만 보아도 그들의 삶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멈추지 않고 달려온 부모 세대의 사상은 고생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하다. 

그러나 그 자녀 세대는 부모의 성공을 바라보고 자라면서 가치관이 바뀌었다.

그들은 부모처럼 고생할 자신이 없다.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모 세대보다 자식세대가 너무 가난하다. 

이런 이유들로 청년들은 가족을 위한 희생보다는 개인의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차도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한다. 출산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느덧 결혼과 출산은 돈이 준비되어야 할 수 있는 중산층만의 문화가 되어버린 듯하다.

나이가 차서 결혼을 준비도 없이 그냥 했던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젊은이들은 조건이 갖춰져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는 것이다.

아들이 술 취해 자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밥벌이는 할 수 있을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취직은 잘 될지 부모로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절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치열하게 살아도 남들처럼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 당연한 걱정이었다.

취업은 계속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경기가 나쁘면 기업은 당연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 그러면 소비심리는 더 위축되고 기업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기업은 다시 인원 감축을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나랏일을 나 혼자 걱정한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술 취해 자는 아들의 모습에서 청년 일자리와 결혼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아들을 믿는다. 무엇이라도 해서 자기 역할은 할 것이라는 것을. 엄마로서 묵묵히 때론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청년들도 다 계획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고뇌에 기성세대들이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아마도 어제의 아들 술자리에서도 나름 본인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너무 내가 기대한 건가?

나의 청년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때도 IMF 시절이어서 지금만큼이나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 나의 청년 시절이 후회스러운 것도 당연히 있다. 

더 큰 비전을 가지고 도전해 보고 많은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쓸데 없는 곳에 쏟은 것도 후회스럽다. 그때 좀 더 나에게 집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치열한 청년 시절이 지나면 성숙한 장년기가 온다. 모두 거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아들을 믿는다.

아들에게 술 국을 끓여주고 밥 먹는 아들의 머리를 괜스레 한번 더 쓰다듬어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