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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제나 Aug 13. 2018

이예슬_3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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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돌아가는 서른한 살 이예슬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진솔한 대화를 좋아하고 그것들을 통해 느낀 것을 글로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직장에서 최악의 꼰대를 만나 심각한 정신적 피로를 느껴 제주로 도망을 왔고 여러가지로 지쳐있던 삶을 많이 회복하고 돌아갑니다 :)


Q. 살면서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A. 한 이년 전에 혼자 유럽 배낭여행 갔다 왔는데, 70일 동안 배낭여행 하면서 매일 쓴 일기랑 사진으로 혼자 독립 출판 한 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해. 나는 낯선 거에 좀 약하고 그런 것들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익숙한 것만 찾다보니까 조금 딱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느껴지더라. 이제는 좀 무서워하는 거에 던져져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갔던 여행이고, 여행 가 있는 동안 매일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거지. 여행을 다니면서 계속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을 되게 많이 했는데, 일기 쓰는 시간을 좋아하더라고. 그걸 알게 돼서 그 다음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게 명확해진 게 있는데 그래서 그 여행을 기점으로 나는 스스로가 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 그 전에 나는 좀 딱딱한 사람 같고 그랬는데 내가 나를 좀 알게 되었고 낯선 환경에서 진짜 내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아서.    


Q. 여행 중 낯설었던 나의 모습 중에 좋았던 모습은 어떤 건지?

A. 나는 내가 되게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와줄 사람,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해내는 내 모습? 그 전에는 두렵거나 무서우면 안 했었는데 지금은 해내는 그런 모습이 되게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 사소한 성공의 경험을 한다는 것    


Q. 살면서 중요한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은?

A. 흔히 말하는 인생의 실패라고 해야 하나 큰 실수라든지 인생의 오점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들이 그 당시에는 내 인생이 종칠 것 같고 내 인생을 더럽힐 것 같고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런 것들이, 함정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되게 많고 지나고 보니까 그게 별 거 아니라는 걸 많이 느끼는 것 같아    


Q. 반대로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중요한 것은?

A. 사람을 만날 때 어떤 태도로 내가 만나는지. 그게 옛날에는 무조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 친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가면을 많이 썼다고 해야 되나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척 하고 그랬던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랑 진솔하게 얘기는 많이 못하고, 많이 못가는 것 같더라고. 사람을 만날 때 진짜 내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고, 또 빠른 시간 안에 사람이랑 친해지려고는 안 하는 것 같은데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래야 자주 안 봐도 만났을 때 편하고 얘기도 할 수 있고 관계도 오래 가는 것 같아    


Q. 제주도에 내려오게 된 계기는?

A. 오늘도 생각해봤는데 나는 도망을 온 거라고 생각해

그냥 잠깐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장소가 필요했던 것 같고 근데 제주도에 그냥 늘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제주도가 여행도 온 적 있고 아픈 추억도 많았는데, 그거를 새로운 기억으로 포장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    


Q. 이곳에 와서 느낀 점은?

A.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짧은 시간 안에 절대 알 수 없는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고 여기의 사람들도 그런 것 같은데, 처음 봤을 때 중간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개개인마다 다른 것 같아 그래서 또 한 번 사람을 고정관념을 가지고 보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Q. 앞으로의 계획은?

A. 계획은 아직 없고 그냥 일단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싶어. 나는 엄마하고 아빠한테 자주 얘기를 하는 편인데, 내가 첫째다보니까 엄마하고 아빠가 빨리 자리를 잡아서 결혼도 하고 했으면 좋겠나봐. 그게 느껴져 내가 첫째라는 그 생각이 엄마하고 아빠를 실망시키면 안 되지 하는 생각도 있고, 그래서 부담 같은 게 좀 있는데 그것도 많이 내려놓고 싶고 그래서 아직은 조금 더...     


Q. 내가 느끼는 서른은?

A. 서른이 되면 모든 게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어렸을 때는 서른이면 직장도 그렇고 내 마음도 그렇고 모든 게 안정적으로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른 지나고 보니까 서른에 그렇게 안정적으로 살 수가 없더라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구나를 이제 알겠는데 서른에 안정적으로 살기는 어려운 것 같아 여전히 불안하고 방향을 바꿔야하는 건지, 내가 해왔던 일을 계속 해야 되는지 그런 걸 이제는 정말 결정하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걸 하고 싶어도 나이가 계속 걸리고 그러니까.   

 

Q.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 중 인상 깊은 사람은?

A. 옥이(홍콩에서 온 게스트 친구). 옥이가 22살이니까 나랑 9살 차이 나는데 같이 있을 때 제일 편하고 말이 잘 안 통하는데도 서로 무슨 말 하는지를 제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해서 신기했어.

교수님도 신기한 사람 같은 게 살아온 모습도 그렇고 사람을 대할 때 격식을 차려서 만나고 하는 사람일 텐데 여기서 내가 느낄 때는 편하게 받아주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게 어떻게 보면 일부러 많이 노력을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Q.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 번 생각해봤는데, 진짜 뭐 해줄 말이 없는 것 같아 왜냐면 나도 아직 뭔가를 딱 깨달았어, 이런 게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만큼 자기 안에 있는 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보통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의견을 따르는 거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만큼 내 안에 있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A. 나는 내가 자유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장소가 자유롭고 이런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자꾸 옭아매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몰랐는데 내가 되게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거 그거에 되게 집착을 하더라고 그게 내 성향이고 본 모습이긴 하지만 그게 계속 나를 넘어지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돌멩이 같은 거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꾸 걸려 넘어지는 그런 느낌. 나는 내가 자유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당신의 푸른 시기(靑年)를 기록합니다.

 서로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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