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aiwan
대만에서 온 준중과의 인터뷰입니다.
그냥 글씨는 인터뷰어 한지
앞에 - 붙은 것은 인터뷰이 준중
준중은 누구야? 어떤 사람이에요?
- 저는 스물아홉 91년 생 대만사람이고 대만에서 대학원 이제 막 졸업하고 몇 달 동안 대만에서 시험 준비하다가 제주도에 왔습니다. 2017년, 한국 성균관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었습니다. 제주도에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왜 제주도에 오게 되었나요?
- 제주도에 온 이유는 원래 한국 문화 음식 사람 다 좋아서 그리고 제주도도 한 번도 안 와봤어요 그래서 제주도 왔어, 왔습니다.
살면서 내가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 없으면 어떻게 해..? 하하 (생각 중) 한국어 배우는 거 잠깐만 (휴대폰으로 찾아본다) 성취감도 있고 이렇게 한국분이랑 얘기하는 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야. 그런데 지금 대화할 수 있으니 좋아.
또?
- 또는... 요즘 예전에 자기 어떤 일 하고 싶은지 잘 몰랐지만 요즘은 어떤 생각이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좋은 결과도 나오고 좋아요, 좋습니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결과가 달라지는 느낌 같은 거 있잖아요. 내가 이런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이런 순간이 있는지?
- 선택? 17년에 교환학생 온 것도, 그리고 지금 제주도에 온 것도. 여기 진짜 아직 온 지 한 일주일 정도 됐지만 얘기를 많이 했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여기 사람들 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야 좋은 선택 굿 초이스! 그리고 외국에서 일하게 된 것도 신청 받아서 그래서 yes! (대만 군대에 가야하는데 외국에서 활동하는 곳으로 발령받았다고 함) 성공했어 이렇게. 이런 거는 되게 오랫동안 준비한 거 아니지만 순간 당시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 선택했어 그리고 하게 됐어
준중은 외국에서 일 할 것 같아 계속 외국 왔다갔다 하니까
- 응. 맞아.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꼽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거.
- 솔직히 말하면 전 여자친구 사귄 거. 전 여자친구는 한국 분이에요.
진짜? 언제 헤어졌어요
- 3년 전? 2년 전?
왜 헤어졌어요?
- ... 술 한 잔 할까? 하하
그 때 되게 좋았구나.
- 응. 대만에서 만났어
그래서 교환학생 온 거야?
- 응. 근데 신청했을 때 이미 헤어졌어 그래서 만나고 싶어서 교환학생 왔어
많이 좋아했나보다
- 응 좋아
잘 못해줬어?
- 아마
서툴러서?
- 서툴러? 몰라
검색해봐
- 서툴...
내가 쳐줄게 (번역기 사용)
- 뭔지 잘 모르겠어 서툴다 잘 못하는 거?
서툴다가 무슨 뜻이냐면 애기가 처음에 잘 못 걷잖아 그런 거 보고 서툴다 이렇게
- 아아 맞아 그런 것 같아
나도 되게 서툴렀던 거 같아 예전에는 좀 너무 좋아하니까 힘들었어 예를 들면 선물을 막 주고 싶은 거야 뭐만 보면 다 그 사람 주고 싶은 거야 그래서 선물을 줬는데 그 사람이 별로 안 좋아하는 거야 왜냐하면 그건 그 사람이 갖고 싶은 게 아니었어 내가 주고 싶은 걸 줬어 그때는
- 근데 그 사람 한지가 주는 선물 별로 안 좋아했어?
응 그때는 잘 몰라서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가 주고 싶은 것만 줬어 내가 잘 해주고 싶은 대로 잘 해주고 그리고 내가 해준 만큼 나한테 잘 해줬으면 좋겠으니까 그냥 막 줬거든?
근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서툴렀어 그때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좀 그랬던 거 같아 왜냐면 내가 좋아해서 해줬으니까 당연히 그 사람도 좋아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 근데 그게 아니야, 맞지?
그 사람 좋아하는 걸 해줘야 하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대로만 하고서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 알아야 돼.
맞아...
- 뭔가 상대방 뭘 원하고 뭐가 필요한지 생각하고 선물해야지.
맞아 나는 토끼 인형 이런 거 줬어
토끼 인형을 줬어? 왜 남자한테 토끼 인형을 준 거야...(탄식)
ㅋㅋㅋ그니까 그래서 그 사람이 진짜 싫어했는데 그래서 싸웠어 왜냐면 ‘이런 걸 왜 줘?’ 이렇게 화를 냈어 그러니까 나는 또 그게 얼마나 서운해 나는 그거 사러 멀리까지 갔다 왔어 바보 같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그럼 지금은 이런 거 바뀌었어?
응 바뀌었어 근데 좀 이런 게 있다? 그때는 엄청 순진해서 막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막 좋아했는데 요새는 계산이 막 굴러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이렇게 하는 거 싫어하겠다’ 그래서 그 사람이 좋아할 것들만 주니까 뭔가 느낌이 다른 거 같아 지금은 이런 거 주면 좋아하려나, 아니면 물어보기도 하고 괜찮다고 하면 안 주고 요즘에는 뭐 많이 안 줘. 옛날에는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어 뭐 보면 다 주고 싶은 거야 근데 이제는 그냥 안 그래
첫사랑이라서 너무 서툴러서
맞아 지금은 그런 생각 많이 해 그때는 내가 그 사람 되게 많이 미워했거든? 왜냐면 내가 이렇게 잘 해주는데 나한테 못되게 굴었거든 되게.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잘못했어 어떻게 보면 내가 그 사람한테 못 되게 군 걸 수도 있지 내가 잘 못했으니까
- 너무 그 사람한테 포커스해서 힘들었구나?
맞아 계속 싸우고... 지나고 보니까 내가 많이 잘못했구나 생각해 미안하더라고
- 그게 다 연습이지 성장이고
준중도 잘 할 것 같은데 연애?
- 연애? 잘 못 해
준비 아직 안 됐어?
- 준비 됐어. 지금 연애해도 돼
연애할 거 같은데 여기서 조만간?
- 여기서?
응 찾아 봐
- 기회 있으면, 인연 있으면
인연을 찾아야지 이번에 안 서툴게 할 거야?
- 응 예전엔 나도 서툴렀어
표현을 많이 했어?
- 표현 내가? 표현...
사랑한다고 많이 해주고 했어?
- 가끔?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생각하는 거를 표현을 잘 안 했어 이것도 서툴러서 그래. 만약에 100일을 챙기고 싶으면 100일을 챙기고 싶다고 말을 하면 되는데 혼자서 계속 기다리다가 안 챙겨주면 속으로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나? 이 사람은 나를 생각하지 않나?’ 이렇게 혼자서 생각해버리고 말 안하고 그랬거든
- 네 생각에는 기념일 중요해?
기념일이 중요하다기보다 이런 게 있었어 ‘저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근데 남자한테 아무 반응도 없으면 혼자 판단해버리는 거야 ‘저 사람이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구나.’ 왜 자기 전에 전화를 하지 않지? 왜 이 사람은 그만큼 나를 생각하지 않지?
근데 남자들은 이제야 내가 느낀 거는 아무 생각이 없어! 그냥 아하하 그걸 이제 알았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게임하고 있어. 그래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이런 말 많이 하거든. 남자들이 여자에게 시간을 쓰지 않는 건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 네 남자친구가 많이 전화하지 않는 건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근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여기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맨날 나한테 얘기하거든 연애 고민 같은 거 거의 이런 걸로 많이 싸우더라고 그래서 나도 알게 됐어 남자애들하고도 얘기해보고 했는데 남자 애들은 거의 아무 생각이 없어 그리고 여자애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 그리고 말을 잘 안 해 그래서 이렇게 혼자 참고 참다가 그러다 헤어지는 거지. 여자가 만약에 갑자기 화를 내잖아? 그럼 이것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야.
- 예전에 생긴 일이 때무네..? 그럼 그 때 화를 냈을 때는 직접 말해?
너무 오래 전에 화났던 일이라 또 다시 얘기하면 쪼잔해 보이니까 말 잘 안 해
- 그럼 어떻게 해야돼?
계속 물어봐야 돼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근데 남자들은 그냥 넘어가려고 해
그럼 여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거야 왜냐면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걸 다시 끄집어내기도 좀 그렇거든 그리고 지금은 또 이 상황 자체에도 또 짜증이 났어
- 계속 물어보고 말할 때까지! 오...
근데 남자는 한 번 두 번 물어보고 안 물어봐 괜찮아, 그러면 아 괜찮구나 하고서 (표정을 보니 뭔가 촉이 왔다) 준중도 그랬구나
- 아...맞아
ㅋㅋㅋㅋㅋ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서,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니었던 거는?
인간관계. 예전에는 아는 사람들 많잖아 그리고 다 친하고 싶어. 다 친구 되고 싶은데 지금은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아도 돼. 몇 명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만 있으면 돼
그리고 수능 때도 꼭 대학을 사립 중학교 고등학교 가야 된다고 생각했어 성적 그 때 많이 힘들어서 시험 보고 좋은 대학교 못 가서 조금 아쉬웠고 슬펐지만 지금 생각에는 대학교는 상관없어 완전 상관없어.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거 원하는 일 하면 돼
맞아, 그럼 반대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거는?
- 어... 예를 들어줘
예를 들어 나는 시간 약속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하거든
- 시간 약속? 예전에 시간 약속 잘 안 지켰어? 근데 지금은?
지금? 지금도 어려워...
- 약속 많이 못 지켰어?
응 나 지각 진짜 많이 했어
- 지각쟁이?
어 나 지각쟁이였어 별로 안 중요하게 생각했어 난 시간 약속 잘 안 지켜도 일은 잘 해 이런 마인드가 으흐흐 그러니까 만약에 아홉 시까지 만나기로 했어? 근데 아홉 시 반에 가도 나는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해 이렇게 사람들이 막 기다려도 기다려야지 그럼 뭐 이렇게 아하하 뭔가 개념이 없었어 어렸을 때
- 그래서 아까 내가 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 안 지켰을 때 뭐라고 했던 거야...?
아냐 그건 장난이야~ 내가 시간 약속 지키는 게 진짜 안 돼 왜냐면 내가 나를 컨트롤하는 게 진짜 잘 안 되는 거야 나를 컨트롤 하는 게 제일 어렵지 않아? 기분 나쁠 때 감정 컨트롤 하는 거나 일찍 일어나는 거나 일하기 싫을 때 일하는 거나 이런 거 진짜 어려워
- 근데 잘 하는 거 같아
하려고 하지 왜냐면 여기는 같이 살잖아
- 스마트 같아 너 똑똑한 거 같아
아니야... 옛날에는 혼자 사니까 아 ‘내일 방 청소하지 뭐, 내일 설거지 하지’ 뭐 이렇게 넘기면 되는데 여기는 같이 살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서로 배려하고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면 나부터 먼저 해야되니까. 내가 편하자고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주면 안 되니까
- 다 같이 협조? 해야 되니까
협동?
- 맞아 협동.
다음 질문 요즘 나의 가장 큰 행복은?
- 제주도에 왔어. 자연 풍경 보고 좋은 사람들이랑도 만났어 제주도 좋아
요새 날씨가 계속 안 좋아서 장마철이라 근데 차라리 나은 걸 수도 있어 시원하니까 덥지는 않잖아.
근데 대만은 더 덥지?
- 맞아 여기는 시원해
준중의 20대를 돌아보면 어땠어?
20대 초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어 그냥 놀고 싶으면 놀았어 동아리도 가고 매일 춤췄어 수업 때는 그냥 듣고 싶은 거 듣고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후반에는 이렇게 해야겠다 점점 목표도 생겨서 좋고... 좋아.
지금 보면 20대 괜찮은 거 같아 후회하는 거 별로 없는 거 같아
그럼 요즘 20대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지금 어린 동생들? 어, ‘자기 하고 싶은 거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 되고 싶고, 나중에 어떻게 지내는 거 더 일찍 생각하고 가지고 있으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거 같아 근데 나는 시간 낭비 많이 했어 조금 아쉬워 근데 어쩔 수 없어 그때는 몰라 신경 안썼어
마지막 소감?
지금처럼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 하니까 좋았어 다음에 여기 있는 다른 친구들이랑도 이야기해보고 싶어. 여기 사람들 다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