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한 장의 사진, 나를 바꾸다

내 안의 설렘이 누군가에게 닿을 때


가끔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하루가

인생의 방향을 살짝 틀어놓는다.
큰 결심도, 거창한 준비도 없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 본 작은 한 걸음이

생각지도 못한 길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날이 그랬다.

벌써 23년 전, 퇴근 후 작은 조명 아래 앉아

사부작사부작, 한지를 자르고 붙이며

조용히 나를 정리하던 저녁. 몰입이라는 말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작업에 빠져들다 보면

하루의 피로는 고요하게 풀려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순수하게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건 내가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가장 조용한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건 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고 싸이월드에 올렸다.
설명은 생략하고 짧게, 이렇게 적었다.

“오늘 만든 것.”
그날 밤, 핸드폰에 알림이 하나둘 울렸다.
“이거 뭐야? 너무 예쁘다.”

“너 이거 어디서 배운 거야?”

“ 나도 배우고 싶다.”
조용히 좋아했던 일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혹시… 나도 해볼 수 있을까?’
그 물음은 두려움보다 설렘이 먼저였다.
내가 사랑했던 것을 이제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좋아하는 걸 혼자 즐기던 사람’에서‘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사진 한 장. 그 작은 용기가 나의 첫 수강생을

만나게 했고, 나의 첫 수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 또 하나의 변화가 찾아왔다.
싸이월드에 올린 내 작품을

어느 누군가가 ‘살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 질문 하나가 내 안의 또 다른 문을 열었다.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사고 싶은 것’이

되는 순간,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같은 마음으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기대가 아닌 설렘으로, 불안이 아닌 가능성으로

조심스레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세상은 완성된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조용한 설렘을 정직하게 꺼내놓는 사람을 어느새 알아봐 줄 뿐이다.


그 사진은 내 인생이 바뀐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느꼈던 그 첫 설렘을

지금도 가슴에 품고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


오늘의 문장


“내가 좋아했던 그 조용한 설렘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는 문이 되었다.”



다음 회차 예고

[엄마의 취미, 브랜드가 되다]

3화. 7평짜리 공간, 나의 첫 공방–

‘좋아하는 일만 한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로 찾아올게요

종이로 만들었어요

작품 명 [애기 호박함]


이 사진 한 장이 여러분에게 어떤 감성을 선물했나요?

생각나는 문장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