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가 모여 일 년이라는 시간이 되었다.
지루하리만큼 고요한 날들이기도 했고
현실을 살아가야 하기에 버겁고 치열한 하루들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모여 이 세상에 아빠가 없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빠가 힘들게 버텼던 추운 겨울을
차마 혼자 서울에서 보내지 못하고
결국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부산으로 내려와 버렸다.
가장 먼저 든 마음은 죄책감이었다.
아빠가 아픈 와중에도 일을 핑계로 부산을 내려오지 못했는데
내 마음이 많이 힘들다는 이유로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부산을 내려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벌써 4개월이 지났고 이제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
어떤 날은 비가 올 듯이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가 어떤 날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 쏟아진다.
부산은 벌써 10도 가까이 온도가 올랐고,
아빠가 엄마에게 꼭 내년도 벚꽃을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했던 2026년 봄도 성큼 다가왔다.
엄마는 벚꽃이 피는 게 무섭다고 했다.
아빠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금도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난다.
삼일절 빨간 날이 껴있어서 좀 더 오래 부산에 머무를 수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아빠를 꼭 안다가 아빠의 앙상한 어깨뼈에 얼굴을 부딪혔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나는 괜찮으니깐 아빠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
가끔 그날이 떠오른다 아빠는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250305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어색한 아빠의 제삿날을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해야 익숙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 우리는 3월에 맞이할 봄날의 햇살과 핑크빛으로 물들 벚꽃을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