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원 Oct 30. 2022

이십대 후반, 저는 제 나이가 버겁습니다.

(1) 주원씨는 어리니까, 라는 말을 인이 박이게 들어왔다. 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첫째는 거품이 꺼질까  두려웠고.  번째로는 그들 모두에게 있었을 젊음으로 그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셋째로는 나의 젊음이 그들에게 박탈감을 선사하는 것이 죄스러웠다. 넷째로는 젊음을 부러워하는 그들처럼 될까  두려웠다. 그게 오히려 나를  일하게, 열심히 살게 했다. 그럼 어리지 않은 나는? 그땐 정말 '어린것 치고' 잘하는  아닌 '그냥 잘하는 사람' 되어야  텐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게  존재 이유마저 지워버릴까 , 하는 불안함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2) 스물 중반 하고도 후반, 나는 이제 슬슬 내 나이가 버겁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게 사람에게 이렇게나 부담이 될 수 있구나. 단순 숫자에서 오는 부담감이라기 보단, 내 나이라면 어떤 것쯤은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때 이걸 놓치면 영영 못하게 될 것 같고, 현실에 자꾸만 안주해 버리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감은 극도에 다다른다.



(3) 나는  삶이  안정하다. 최근에 들어서야 그렇다. 그러나 안정감을 되찾으니 불안정함을 그리워한다. 평안을 위해 그간 불안했는데, 다시 불안을 쫓고 싶어 하는 꼴이라니.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안정적으로 살면   같은데,  아직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지금 시도해보지 않으면 영영 때를 놓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잃고 푸념만 늘어가는 어른이 될까 두렵다. 하나씩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여느 어른들의 푸념처럼 '나도 예전에는~' 달고 사는 어른이 될까  두렵다.



(4) 자꾸만 부족한 것이 눈에 띈다. 나는 아직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한다. 주식은 내내 곤두박질치고 있고 나의 직업은 언제나 파리 목숨이다. 애인도 없고 결혼은 언감생심. 이제 친구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찾아갈 때마다 불안감은 더해진다.



(5) 그래서 나는 다시  번의 도전을 준비한다. '어린것치고 잘하는 사람' 아니라, '나도 어렸을 때는 꿈이 있었던 사람' 되지 않기 위해서.  존재 자체로 빛날  있도록 안주하지 않겠다. 어떻게 나이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꾸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삶에 대한 책무니까.   있는  최선을 다해 나이에 걸맞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너, 내가 자꾸 사과하니까 만만해 보이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