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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Mar 08. 2021

국회에도 사람이 삽니다

내부자가 알려주는 따듯한 국회 이야기

네, 맞습니다. 국회에서도 사람이 살아요. 2호선 열차에 몸을 싣고 덜커덩덜커덩 가다 보면 다리 위를 건널 때가 있습니다. 한강의 아름다움에 탄복하기도 하지만, 여지없이 눈에 걸리는 게 있었죠. 파란 돔의 큰 건물. 다리를 건널 땐 꼭 국회의사당을 넋놓고 봤어요.


어릴 땐 국회가 어떤 공간일까 참 궁금했습니다. 멋있잖아요. 나라의 법을 만드는 곳이라는 게. 그뿐만 아니라 TV만 틀면 나오는 많은 유명인사의 직장이잖아요. 어쩐지 국회는 비밀스럽고, 멋있고, 또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제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국회를 상상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너무 없잖아요?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위압적인 크기. 국회를 지키고 선 경찰들, 닫힌 대문, 시위하는 사람들. 국회 바로 밖의 풍경이 이래요. 그럼 매체 속 풍경은요? 음험하기 짝이 없죠. 뭘 그렇게 싸워대는지, 여야 진보 보수 파랑 빨강 지독히도 싸우죠. 국회라는 단어만 들으면 인상이 찌푸려지는 이유예요.


하지만요, 여러분이 아는 국회는 정말 반의 반도! 반의 반의 반도! 진짜 국회가 아닌 거 아세요? 국회의 내부자로서 험악한 인상보단 밝게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본다고요. 얼마나 정겨운 사람들이 다니는지,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니는지요.  


여전히 모르시겠다고요. 오케이. 그럼 지금처럼 계속 읽으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색안경, 그대로 끼고 계세요. 이제부터 입체감을 더할게요.


국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나요?


여러분이 아는 의원들? 물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포켓몬 고의 뚜벅쵸만큼 많은 데가 바로 국회예요. 추가로 국회의원 수에 9를 곱한 만큼, 아니 (입법보조원도 더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보좌직원도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말이죠, 국회에 사람이 산다고 했잖아요? 국회에는 의원과 보좌직원을 합한 수보다 훨씬 많은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그냥, 오늘은 그 사람들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국회 설명을 하려면, 먼저 건물부터 설명해야 해요. 건물에 대해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요, 우선은 큼지막하게 건물로 나눠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볼까 해요.


국회의원회관


먼저, 의원회관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국회의사당의 돔을 따라 국회 정문으로 들어가면, 어라라. 왼쪽에 웬 네모난 건물이 있네요? 바로 국회의 핵심이죠, 국회 의원회관입니다. 의원들과 보좌직원들, 그리고 당직자, 일부 사무처 직원들이 이곳에 근무합니다. 가끔 국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해 보신 분 계신가요? 세미나, 공청회, 설명회도 바로 의원회관에서 진행됩니다. 바로 여기가, 여러분이 상상한 국회 구성원의 공간, 다일 거예요. 제 말이 맞죠?


근데 이걸 어쩌죠! 국회에는 건물이 더 있습니다. 더 읽어보자구요.


국회 본관


두 번째로 국회 본관입니다. 여러분이 흔히 아시는 파란색 돔의 그곳! 마징가 Z나 태권 V가 나온다고 소문만 무성했던 곳. 그곳이 바로 국회 본관입니다. 여기서 의원들이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놀랍죠? 이 곳에는 여러분이 TV 속에서 보시는 회의장도 있고요, 의안과라는 곳에서는 법안을 접수받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각 당의 당대표실, 국회의장 부의장실,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실 등이 있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굵직한 의원이다! 하면 꼭 머무는 곳이죠. 의원들만 있을까요? 아니요! 그들을 돕는 직원들도 항상 상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본관은 사무처 직원들의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흔히 우리가 보는 회의 제반 사항, 실질적으로 국회가 굴러가는 의사일정 등을 준비합니다. 본회의가 열리잖아요? 방호직원들부터 분주해진답니다. 거수기는 잘 작동이 되는지, 방송은 어떻게 할지, 국회의장의 스크립트는 어떻게 띄울지 등. 작고 세밀한 부분에서부터 큰 부분을 사무처 직원이 담당합니다.


의원들이 법안을 만들면요? 의원실에서 법안을 의뢰할 경우, 법제실 직원이 법을 만들어주는 건 아시나요? 이후 법안이 발의가 되면 전문위원실의 전문가들이 법안을 분석하고요, 행정실은 그 법안을 인쇄해서 회의장 의원님들 책상에 놓고 회의 안내를 하면서 각 위원회가 잘 진행될 수 있는 역할을 도맡아 합니다. 법의 성안(법이 만들어지는 것)부터 법의 통과까지 사무처의 노력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또, 일반 회사처럼 회계처리, 문서 접수 등도 사무처 직원들이 합니다. 인사/경리, 운영지원, 관리팀처럼 일반 회사 같다고 느껴질 때도 많아요. 국회라는 직장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분들이 바로 사무처 직원들이죠.


국회 소통관

소통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자들의 공간이면서 직원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각 언론사의 국회 출입 기자들이 상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구내식당이나 와인샵, 마트, 빵집 등이 있어 후생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죠. '국회'쓰여있는 백월을 뒤로 한 채 기자회견을 하는 의원들도 보셨죠? 기자회견장도 있습니다.


시설을 하나하나 설명드리면 좋겠지만 제가 설명한 건물 외에도 국회도서관, 국회 예산정책처, 헌정기념관, 사랑재 등이 있습니다. 넓다 크다 했는데 넓어도 너무 넓죠. 사서직원들이, 의회/법률 정보팀들이, 국회방송이, 헌정기념관에는 기념관을 관리하는 사무처 직원들께서 상주하고 계십니다.




아차차, 국회를 정말 아름답게 해 주시는 분들을 소개 안 할 뻔했군요. 국회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미화팀, 방호팀을 비롯해서 시설팀, 화분관리팀, 국회안내팀, 우편물관리팀, 조경원예담당팀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일을 하지만, 오며 가며 얼굴이 익으면 그렇게 반갑고 만나면 즐거울 수가 없어요. 제게 국회는 행복한 공간입니다. 점심에는 삼삼오오 나와서 국회 운동장을 돌기도 하고요, 베드민턴도 치고 축구도 하고요. 풀리지않는 문제가 있을 땐 며칠이고 밤을 새면서 고민도 하는,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곳이에요. 국회를 떠받치고 국회를 굴리는, 국회의 불을 밝히는 많은 분들의 얼굴을 하나씩 보고 있으면 이따금씩 마음이 뭉클하고, 그 일원인 것에 또 감사하게 됩니다.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기 위해서 으르렁대며 싸우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직장 속 정치인들은 그저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저씨, 아줌마 같은 모습입니다.


권위주의 가득 찬 모습? 물론 있기는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면 먼저 나서서 인사를 건네고, 후다닥 급하게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열림버튼을 지그시 눌러주는, 보좌직원들의 보좌에 부담스러워 몸둘바를 모르는, 유머를 아는. 그냥 사람일 뿐입니다.




예전부터 정치나 국회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나도 잘 모르지만, 내가 알게되는 것이 있다면 주저없이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졌던 환상과 오해들을 벗고 나니까 비로소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부유물을 걷어내고 정치의 정수를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나니 비판을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제 첫걸음은 국회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기까지 그리 어렵지않았습니다.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번민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실현하기 위한 곳. 여러분의 국회에도 사람이 삽니다.




국회나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아는 국회를 더 쉽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국회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알려드릴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글로 풀어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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