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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Jun 27. 2022

민주당 보좌진에게, 국민의힘 보좌진이 말을 걸었다


뉴스를 보면 불같이 질의하고 있는 의원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들이 앉아서 발언을 하는 곳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주로 크게 두 군데. '정당 대표의 회의실' 혹은 '상임위, 소위가 열리는 상임위 회의장'.


(좌) 정당대표 회의실 / (우) 상임위회의장 /// 누구든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 그냥 찾기 편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ㅎㅎ)



나는 오늘 후자, 특히 주요 의제가 논의되고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를 수행하기도 하는 상임위 회의장에 대해서 벌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상임위 회의실을 정면에서 찍은 모습(좌), 그리고 후면에서 찍은 모습(우)  *사진출처=연합뉴스



위의 사진은 상임위 회의실 모습이다. 어떤 것들이 보이는가? 먼저 좌측 사진의 중앙에 있는 사람은 '상임위원장'.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은 '의원들'. 그리고 (우측 사진) 뒷문에 쭈르륵 앉아있는 '피감기관*의 장들'!

*국회의 감사를 받는 기관. 주로 정부부처


  세밀하게 사진을 들여다보면, 카메라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피감기관장의 뒤에도 사람들이 보인다. 방송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기자다,(조그만 카메라를 삼각대에 연결해 찍고 있거나 손으로 들고 찍는 이들은 눈치채셨으려나, 보좌진이다) 피감기관 뒤에 앉아있는 이들은 '피감기관의 공무원들'이다.


그리고. 민주당/국민의힘 나눠서 한 줄씩 차지하고 있는 의원님들 뒤에 앉아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의원들을 보좌하는 보좌진이다. 보좌진도 민주당/국민의힘 나뉘어 의원님 뒷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앉을 자리가 없을 경우 불가피하게 다른 당 보좌진석에 앉을 때가 있다.






여기서 잠깐. 


회의장에서 보좌진들이 핸드폰을 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핸드폰으로 뭘 하냐고? 바로 세금 루팡..! 이 아니고, (대부분) 일하고 있는 것이다. 카톡이나 텔레를 통한 업무연락, 기사보기, 궁금한 사항에 대해 검색하는 중 되시겠다. 보좌진에게 핸드폰은 떼어놓을 수 없는 기기이다.  만약 의원님이 급하게 찾으실 때,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 받지 못했다면...? 상상에 맡기겠다.


각설하고. 다시 돌아와서!




사실 보좌진석이라는   묘한 구석이 있다. 최대한 보좌진도 민주당/국민의힘 나뉘어 원님 뒷자리에 는데, 앉을자리가 없을 경우 불가피하게 다른  보좌진석에 앉을 때가 있다.


그리고, 다른 당의 보좌진이 나란한 옆자리에 같이 앉아있으면 느낄 수 있는... 껄쩍지근한 분위기도 있다.


핸드폰 내용이 보이지 않게 화면의 밝기를  내린다거나, 약~간 내 쪽으로 기울여서 핸드폰을 본다거나 등. 옆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묘한 신경씀'이 흐른다.


아무래도 핸드폰과 각종 전자기기로 중요한 정보가 오고 가기도 하다 보니, 심지어 카톡이나 텔레그램 등 SNS로도 자연스럽게 업무상 연락을 나누다 보니, 회의장에서는 특히나 의원님이 시키신 일이나 각 방 보좌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더욱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처음엔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 기분 탓인가 느낄 때가 있었지만 동료 보좌진이 이러한 상황에 공감하는 걸로 봐서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님을 깨달았다.


모두가 아닌 척. 느끼고 있는. 그. 분위기.





우리 방(=의원실)은 상임위 회의에 대하여 그때그때, 바로바로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회의의 모든 내용을 일일이 카카오톡으로 보고하고는 했다. 현재 어떤 법안을 심사 중인지, 어떤 내용이 오가고 있는지, 의원들이 싸우고 있지는 않은지(?), 싸우고 있다면 대체 어떤 일로 싸움이 촉발된 것인지 등을 소상히 보고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열심히 노트북으로 카톡을 하고 있었다. 일일보고와 보고서를 띄워놓고 정신없이 자판을 받아치고 있을 때였다. 어쩐지 옆이 좀 따가웠다. 딱 돌아볼까 하는 시점에, 누군가 "저기요"했다. '엥?' 내 주위에는 국힘 보좌진뿐. 누구지? 고개를 돌리는데 한 여성 국민의힘 보좌진이 나를 톡톡 두드렸다.


"혹시 갤럭시 쓰세요?" '무슨 일이지?!'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데, 2 연타!"충전기를   있을까 해서요" , 충전기! 애석하게 나는 아이폰이었다. 혹시 충전기 파우치 안에 갤럭시 충전기인 (c젠더) 있는지 열심히 찾는데, (내가 대답을  해서) 한마디  던진다.



영감들이 (사이가) 안 좋다고, 우리까지 사이가 나쁠 건 없잖아요?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을 쳐다봤다. 웃음기 가득한 눈빛.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 그 눈빛을 1초간 쳐다보다 푸핫, 같이 웃었다.


"(최대한 미안한 표정)... 갤럭시 잭이 없네요.. 어쩌죠?"

"괜찮아요. 말 한 번 걸어보고 싶었어요"


쿨하게 들어온 대답. 다시 한번 웃음이 났다.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서라면 웃기지 않았을 땐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던지. 어떻게 해서라도 충전기를 주고 싶었을 정도...!


어느 국민의힘 보좌진은 내가 새로 뽑은 노트북에 심히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 노트북 새로 샀어요?!" 해서 얼떨떨하게 대답하니, 마치 박찬호에 빙의해서 "내가 대학시절에 이 노트북이 있었는데~"로 시작한 대학시절 얘기를 약 5분간 신이 나서 들려주었다.  


국회 생활에서 가장 사소했지만 강렬했던 순간 중 하나다.






각자 시각이 달라 서로가 편을 갈라 논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치의 속성이라지만, 여타 관계들처럼 그냥 그렇게 서로가 허물없이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따듯하게 서로가 서로를 편히 대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모시는 의원님이 어느 정당 의원님인지에 상관없이.


나는 그런 대한민국을 꿈꾼다. 진보보수 따로 없이, 여야 따로 없이, 니편내편 없이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먼저 건넨 편안한 손길이, 편안한 대화로 이어지고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의 정책과 말에 불같이 분노했고, 대학생 때의 나는 정치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국회에 들어온 나는 서로가 '싸우지 않고' 정치할 수는 없는 건지, 한국정치의 신(新) 패러다임을 고민하고 있다.


분명 방법이 있을 텐데...!


국민들이 TV를 보며 정치에 열 올리지 않고 '정치가 정말 필요한 거구나'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언젠가는 도래하겠지. 마치 너무 평화롭고 태평한 나머지 왕의 이름조차 몰랐던 요순시대처럼 대통령이 누군지 국회의원이 누군지 모르는, 그런 태평성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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