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시간들(16)

16. 환갑 아침의 풍경

by 한칸생각


아침에 눈을 뜨자
집 안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조심스러웠다.


거실 한쪽에는
“나이가 뭐가 중요, 환갑”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예쁜 모자를 쓴 강아지 심바와 둘리의 모습이 나란히 있었다.


한때 우리 곁에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심바,
그리고 지금도 애교를 아끼지 않는 둘리.


말이 없어도 충분히 전해졌다.
가족의 일원으로 보내는 응원이라는 걸.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축하 영상.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 마음에 닿았다.


전날 밤 가족들이 불어 두었을 풍선들이
현관과 거실을 알록달록 채우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새벽에 직접 다녀와 준비한 떡이 놓여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말랑한 떡을 위해
잠을 줄였을 마음이 말없이 전해졌다.


피자 박스와 건강식품 상자를 열었을 때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여러 방식으로 숨겨둔
오만 원 지폐 뭉치들.


놀라움보다
‘이런 깜짝을 준비했구나’ 하는 고마움이 더 컸다.


축하 대열에 꽃다발도 빠지지 않았다.


여러 색의 꽃들이
서로 튀지 않게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의 인생처럼.


환갑.
예전 같으면 크고 무거운 이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환갑은
돌아봄이자 새 출발이다.


잘 살아왔다는 말보다는
잘 견뎌왔다는 말이 더 어울리고,


이제는
조금 더 나답게 살아도 되겠다는
조용한 허락 같은 날.


이 아침을 만든 것은
선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잘 살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