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지 않아도 되는 사이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은평뉴타운 금성당 일대를 터전으로 사는 길고양이다.


한때 ‘도둑고양이’라는, 꽤 억울한 직함을 달고 살았다.


도둑질을 한 적은 없는데

이름만으로 이미 전과자가 된 기분이었다.


다행히 요즘은 그 호칭이 많이 사라졌다.

인간 사회도 가끔은 업데이트가 된다.


나는 매일 금성당 주변을 순찰한다.


지나가는 사람, 강아지,

그리고 오늘 바람이 어제와 어떻게 다른지까지.


인간들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누가 호의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표정과 마음이

자주 따로 노는 종족이니까.


강아지들은 비교적 명확하다.


대부분… 경계 대상이다.

눈이 마주치면 먼저 짖거나

“쟤 뭐야?”라는 표정부터 짓는다.


그래서 우리는 말없이 합의했다.

가까이 가지 않는다.

쫓지 않는다.

쫓기지도 않는다.


‘각자 산다’는 철학으로 공존 중이다.


이 동네에는

캣맘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

“배고프지 않을까?”

“오늘은 많이 춥지 않을까?”


그래서

먹을 것과 바람 막을 것들을

아무 말 없이 두고 간다.


덕분에

먹고 자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


이제

우리만의 문화생활을 즐긴다.


봄에는 매화 향기를 맡고,

햇살 좋은 날에는

배를 뒤집고 일광욕을 한다.


같은 동네 사는

까만 줄무늬 하나,

하얀색 하나,

브라운 줄무늬 하나.


우리 셋은 가끔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포즈를 취한다.


우리만의 댄스.


이 모습이

누군가의 사진 배경이 되어준다

초상권 사용료는 받지 않는다.


이쯤이면

캣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고마움의 표시쯤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에게

한 가지만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다가오지 않아도 된다.

말 걸지 않아도 된다.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

각자의 거리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켜주면 된다.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공존이다.


오늘도 나는

금성당 담장 위에서

햇빛을 뒤집어쓰고

이 동네를 내려다본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풍경이다.

고양이 기준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