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새해가 밝는다.
아침 공기는
아직 아무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눈밭처럼 고요하다.
서로에게 말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자고.
옷의 첫 단추 하나를 잘못 끼우면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나간다.
중간까지는 그럴듯하게 맞아 보인다.
그러다 마지막 단추를 채우려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것을.
삶도 그렇다.
처음 방향이 조금 틀어져도
한동안은 괜찮아 보인다.
아무 문제없는 하루들이 이어지고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발걸음은 점점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느 날,
해가 기울 무렵에서야 깨닫는다.
처음 선택이
이미 길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새해 첫날은 소중하다.
아직은 돌아설 수 있고
아직은 마음을 고쳐 잡을 수 있고
아직은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딸,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아도 된다.
다만
네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놓치지 말아라.
작은 선택 하나가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모여 계절이 되고
결국 한 사람의 삶이 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바른 길 위에 서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해의 끝에서
뒤돌아본 길 위에
발자국마다 웃음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
후회보다 미소가 더 많기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