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품격 있는 항의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나는 갈매기다.
지중해 상공을 담당한다.

바람의 결, 햇빛의 각도,
그리고 인간이 언제 방심하는지도 잘 안다.

그날 저녁,
바다는 반짝였고
테라스에는 인간들이 가득했다.

와인잔, 웃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생선 냄새.
아주 신선했다.

‘오늘은 일하기 좋은 날이군.’

잠시 후
인간 하나가
아직 살아 있는 생선을 들고 나왔다.

요리 전 이벤트라지만
우리 세계에선
공개 도발이다.

나는 신호를 보냈다.
“저건 우리 거야.”

고도, 각도, 타이밍.
계산은 끝났다.

나는 내려갔다.
급강하.

하지만 그 인간,
반사신경이 좋았다.

생선을 가슴으로 감췄다.
인간치고는 제법이었다.

목표 실패.

그냥 돌아가면
오늘 일은 평생 놀림이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대안 목표 설정.

아래에
말끔한 양복의 인간 하나.

너무 단정했고,
너무 여유로웠다.

‘그래,
너다.’

나는 바람을 타고
정확히 조준했다.

이건 분노가 아니라
표현이다.

완벽한 적중.

테라스의 시간이 멈췄다.
대화도, 낭만도 정지했다.

그 인간은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분주했다.

‘이건 내가 닦아야 하나?’

여자 종업원은
도와야 할지 말지
업무 경계선에 서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늘로 돌아갔다.

사과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
다만 확신한다.

그날 저녁,
그 인간은
지중해에서
절대 잊지 못할 이야기를
하나 얻었다는 것을.

… 나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