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말을 걸어올 때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오래된 사진 앨범을 꺼내 놓고
과거를 불러오고 있다.


사진을 보며
그때의 공기와 표정, 마음을
글로 옮긴다.


사진을 보다 보니
조금 신기한 경험을 한다.


사진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어떤 사진은
“그날 기억나?” 하며 말이 많다.


사소한 대사와 웃음 뒤의 감정까지
줄줄이 꺼내 놓는다.


어떤 사진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예쁜 풍경만 조용히 보여준다.


또 어떤 사진은
여행지에서 사 온 싸구려 기념품처럼
아무 느낌도 없다.


글을 쓰기 전까지
사진을 고르는 기준은 분명했다.


경치가 좋거나,
내가 잘 나왔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
그 사진들이 늘 앨범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글의 소재를 찾기 시작하면서
기준이 바뀌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많은 사진,
어딘가 어설프지만 사연이 담긴 사진,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진들이
더 소중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졌다.
“잘 나왔는가”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하는가”를 듣게 되었다.


그제야 알게 된다.
말을 걸어오는 사진은
우연히 발견한 보물과 같다는 것을.


반짝이지는 않지만
손에 쥐면 묵직한 보물.


이제는 이 사진들과
천천히 대화를 나누려 한다.


사진이 말하면
나는 받아 적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누군가와 나누려 한다.


사진은 추억을 저장하는 도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기다림의 형태였다.


내가 이야기할 준비가 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