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독일 여행 중의 일이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둘러보고 뮌헨으로 이동하던 길.
시계가 정확히 오후 5시를 가리키는 순간,
우리 차 앞의 모든 차량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
하지만 경적도, 소란도 없었다.
모두가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이유가 보였다.
도로 저편에서 소떼들이 천천히, 아주 당당하게 길을 건너고 있었다.
거대한 소들의 행렬.
마치 이 시간이 자기들 시간이라는 듯.
운전 중이던 독일인 기사에게 이유를 묻자
이 지역은 목축을 하는 곳이라
아침 9시가 되면 소들이 길 건너 목초지로 “출근”을 하고,
저녁 5시가 되면 배를 채운 채
축사로 “퇴근”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귀가 시간과 정확히 겹친 셈이었다.
약 30분.
차들은 한 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경적 소리도 없었다.
그 모습은 마치
철도 건널목에서 기차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풍경과도 닮아 있었다.
다만 그 기차는 쇳덩이가 아니라
천천히 걷는 생명들이었다.
30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 시간이 불편이 아니라 질서였고,
배려였으며,
공존의 방식이었다.
규정을 만든 지자체도,
그 규정을 아무 말 없이 따르는 시민들도,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길을 건너는 소들까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방법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의 아름다움도 인상 깊었지만,
어쩌면 더 오래 남는 기억은
소들이 퇴근하던 오후 5시의 도로 위 풍경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여행의 가치는 길 위에서 문득 모습을 드러난다는 걸
그날, 조용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