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집 가까이에 이말산이 있다.
조선시대 내시들의 묘지가 있던 곳이다.
해방 후 이곳은 경작지로 쓰이며 많이 훼손되었다.
나무도 많지 않았다.
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산을 가꾸기 시작했다.
이말산은 조금씩 숲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금은 참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이 되어 동네의 쉼터가 되었다.
이 숲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사람들의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말산에 사는 다람쥐도 한몫을 했다.
다람쥐는 가을이면 도토리를 모아 겨울을 준비한다.
그리고 땅속 여기저기에 숨겨 둔다.
그 도토리의 대부분은 다시 찾지 못한다.
남겨진 도토리들은 흙 속에서 싹을 틔운다.
그렇게 자란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되고
숲은 다시 산을 살린다.
산불이나 물난리 뒤 시간이 지나면
자연이 스스로 회복했다고 말한다.
그 회복에는 이름 모를 존재들의 일이 쌓여 있다.
자기 몫을 묵묵히 하는 동물들,
버티며 뿌리내리는 나무들,
그리고 산을 돌보는 사람들.
누리는 풍경과 쉼은
처음부터 주어졌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말산을 걸을 때면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