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꼬끼오, 출세했네
임원 승진 후 첫 주말, 나는 유난히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평소보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 차 바뀌었네?”라는 한 마디쯤은 듣고 싶은 법이다.
처가로 향하는 길이 평소보다 더 매끈하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배정받은 컴퍼니 차량.
내 차는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살짝 내 성취처럼 느껴졌다.
마당에 차를 세우며 괜히 천천히 내렸다.
번호판이 잘 보이도록 각도를 한 번 더 맞추고
문도 ‘탁’이 아니라 ‘톡’ 소리가 나게 조심스럽게 닫았다.
장모님은 부엌에서 나오시며 말했다.
“왔어? 차는 안 밀렸어?” 끝.
차에 대한 언급 없음.
장인어른은 밭에서 일하시다 고개를 돌려,
“왔어?” 끝.
나는 잠깐 서 있었다.
혹시 아직 못 보신 건가 싶어 마당을 괜히 한 바퀴 걸었다.
차 쪽으로 한 번 더 시선을 유도하며.
그때였다.
이웃집 닭 한 마리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내 차 앞에 딱 멈춰 섰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앞범퍼 → 번호판 → 그릴 → 헤드라이트
정확히 정비소 기사 동선이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전체 실루엣을 확인한다.
잠시 후 닭은 번호판 앞에서 멈췄다.
‘22호 3386’
한참을 보더니 짧게 “꼬옥” 하고 울었다.
그 울음은 묘하게 들렸다.
“아… 법인차네.”
잠시 뒤 다시 한 바퀴 돈다.
이번엔 타이어를 본다.
그리고 또 한 번 운다.
“출세했구먼.”
나는 웃음이 나왔다.
처가 식구들 중 누구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건 닭이었다.
그때 장모님이 마당으로 나오셨다.
“왜 거기 서 있어? 들어와.”
나는 말했다.
“어머니… 차 바뀐 거 모르셨어요?”
장모님은 차를 힐끗 보시더니
“차 새로 샀네.”
그 순간 닭이 크게 울었다.
꼬끼오—!
마치 대신 축하라도 해주듯.
그때 함께 온 아내가 승진이며 임원차량이며 설명했고 모두들 폭풍 축하를 시작했다.
나는 알았다.
오늘 내 승진을 가장 성의 있게 축하해 준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닭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