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Distance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우리는 자주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해.”
“우린 꽤 가까워.”

하지만 이 말들은
잡히지 않고, 측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든다.

그런데 돈이 등장하는 순간
갑자기 무게를 갖는다.

10만 원은 괜찮은데
20만 원에서 잠깐 멈칫한다.

그 미묘한 멈춤.
Money Distance

우리는 감정을 숫자로 바꾸는 일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아이 학원비는 자동이체다.
금액을 볼 때 계산하기보다
“잘 자라주기만 해.”가 먼저 떠오른다.

반면 부모님 선물을 고를 때는
어느 순간 계산기가 켜진다.
사랑이 줄어서가 아니다.
단지 거리의 온도가 다를 뿐이다.

친구와 카페에 앉는다.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다음엔 네가 사.”
웃으며 말하지만, 그 사이엔 장부가 없다.

그러나 어떤 관계에서는
5,800원짜리 커피 한 잔도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보이지 않는 엑셀 창이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열려 있다.

누군가를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망설임 없이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얼마일까.

5만 원?
50만 원?
500만 원?
그 숫자가 바로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심리적 반경이다.

흥미로운 건
이 반경이 혈연순으로 정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떤 친구는 가족보다 더 안쪽에 있고,
어떤 친척은 예의의 경계에 머문다.


왜 돈은 거리를 드러낼까.
돈은 시간과 노동이 응축된 에너지다.


내 시간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지,
그 환산값이 바로 돈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 앞에서 가장 정직해진다.


Money Distance 가 사랑의 크기를 완벽히 재지는 못해도,
적어도 방향은 알려준다.

누군가에게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내 마음의 거리를 먼저 들여다보면 된다.

반대로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내 삶의 안쪽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지금 내 통장을 열었을 때
아깝지 않은 얼굴은 누구인가.


그 사람이
지금 내 인생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