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우리는 이 동네에 사는 강아지다.
이 길은 우리가 매일 걷는 길이고,
풀 냄새와 바람의 방향까지
몸으로 외운 자리다.
가끔 차가 들어온다.
익숙한 소리 같다가도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먼저 굳는다.
차 안에서 내려다보는 눈빛은
늘 같은 얼굴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몇 번 봤으면 친해질 만도 한데.”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얼굴은 같아도
마음은 매번 다르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사람은 손을 내밀고,
어떤 사람은 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우리는
귀를 세우고, 앞발에 힘을 준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길, 이 풀,
그리고 우리 둘의 하루.
차 안의 누군가는
“우린 너희를 예뻐하는 사람인데”
라고 생각하겠지.
그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어렴풋이 안다.
다만, 확인하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우리는 오늘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러나 도망치지 않은 채
이 자리에 선다.
그 정도면
우리 나름의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