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똥벌레인가, 반딧불이인가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어릴 때 들었던 노래가 있다.
개똥벌레.


노래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우겨봐도
나는 개똥 속에서 태어난 벌레라고.


저 개똥 무덤이 내 집이고
마음을 다 주어도
모두가 떠나간다고.

노래는 작고 쓸쓸하다.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
늘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생물을 두고
우리는 전혀 다른 이름을 쓴다.

반딧불이.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내는 존재.

어떤 노래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처음에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다고.


그런데 뒤늦게 알았다고.
나는 벌레에서 시작된 존재라는 것을.

하지만 그 노래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빛나는 존재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둘은 같은 존재다.

같은 생물이고
같은 사실이며
같은 밤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개똥벌레는
자신의 출발을 이야기한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얼마나 초라한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그래서 빛을 내고 있어도
그 빛을 스스로 믿지 못한다.

반딧불이는
자신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지금 내가
어둠 속에서
작게라도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출발이 벌레였다는 사실을 알아도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이 두 이름 사이 어딘가에 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설명할 때
과거부터 꺼낸다.

나는 이런 집에서 태어났고
나는 이런 환경에서 자랐고
나는 이것이 부족하고
저것이 모자라다고.

그 말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규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밤길을 걸어 보면
그 작은 벌레는
분명히 빛을 낸다.

출발이 어디였는지는
그 빛과 아무 상관이 없다.

어둠 속에서
작게라도 빛을 내고 있다면
이미 충분히 다른 존재다.

어쩌면 삶은
자신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보다
지금 무엇을 비추고 있는가.
그 질문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알게 된다.

개똥벌레와 반딧불이는
같은 생물이지만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삶의 빛을 결정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