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입질하는 집, 예산 '입질네'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오늘은 장모님 기일이다.
아내와 함께 장모님이 사셨던 충청도 예산에 다녀왔다.

우리는 제사를 지내는 대신
우리만의 방식으로 장모님을 기린다.

장모님이 좋아하시던 식당에 가고,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카페에 들르고,
천천히 걸었던 산책길을 다시 걷는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말없이 길을 걷다 보면
이상하게도 지나간 시간이
슬그머니 옆에 와 앉는다.

오늘도 그렇게
장모님을 만났다.

그중 한 곳이
장모님이 특히 좋아하시던 어죽집이다.

이름도 재미있다.

‘입질네’.

입질은
물고기가 미끼를 툭 건드리거나
무는 것을 말한다.

충청도 예산 말로
“입질하네.”
“관심을 보이네.”
그런 뜻이다.

아마 이런 의미일 것이다.

어죽이 맛있어서
사람들이 자꾸 관심을 보이네.
마치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처럼.

이름 하나에도
충청도다운 넉넉한 농담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이름의 뜻을
몸으로 이해했다.

나도 모르게
또 입질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죽은 묘한 음식이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값어치도 없는 잡어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한데 모아
푹 끓이면
깊고 중독성 있는 맛이 난다.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설다.

그러다 몇 번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자꾸 생각나는 맛이 된다.

이 어죽을
장모님이 참 좋아하셨다.

나는 장가들기 전까지
이 맛을 몰랐다.

하지만 장모님과 몇 번 함께 먹다 보니
어느새
이 집에 오면
어죽을 먹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제는
예산에 오면
발걸음이 먼저 이 집을 향한다.

어죽 한 그릇 앞에 앉아 있으면
묘하게
장모님이 함께 있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이 식당 이름이
더 깊이 마음에 들어온다.

입질네.

어쩌면
어죽이 사람을 낚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사람을 낚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봄기운이 느껴지는
화창한 날이었다.

식당을 나와
예전에 장모님과 함께 걷던 길을
아내와 천천히 걸었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뜻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기일을 핑계로
다시 이곳에
입질한 것이 아닐까.

어죽 한 그릇과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
장모님을 조용히 떠올리며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