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에 나인투식스란

나는 왜 여기 머무는가

by 한끗작가

언젠가부터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참 낯설다.


같은 시간표를 살아도

누군가에겐 책임이고, 누군가에겐 구속이다.


나는 그 시간표 안에서

가끔 내 가능성의 한계를 마주한다.




요즘은 성과로 평가받는 시대라고 한다.

시간보다 아웃풋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은 몇 시까지 자리를 지켰는가로

자기 성실을 증명한다.


그리고 나도 그 구조 안에 있다.



예전엔 나인투식스, 안정된 직장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시간을 지키는 걸 성실이라고 배웠고,

그 안에 들어가는 걸 자랑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의 나인투식스는 참으로 진부하다.




밖에 나가 너만의 일을 하라고 한다.

조직 밖에서도 길은 많다고 도전하라고도 한다.

그런데 또 막상 나간다고 하면

밖은 정글이니 회사 열심히 다니란다.


그 말들 사이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는 매 순간 흔들린다.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마음.


생산 수단도, 유통도, 일의 방식도

예전과는 다르게 열려 있는 시대.

그 안에서 나는 아직 시간을 단위로 일한다.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괜찮지만도 않다.



나는 성실해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 안에서 내 이름으로 성과를 쌓았고,
그게 내 방식의 자아실현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이 구조 안에 머무는 나를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물론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내가 가졌던 자부심이
정말 내 마음에서 자란 건지,
아니면 그렇게 느끼라고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배운 건지.


그래도 나는 그 마음마저도 내 몫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 시간 속에서 진짜였던 건
조직이 아니라,

그 조직을 선택한 나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나인투식스 #조직생활 #회사생활 #직장인 #성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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