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곰피, 근대, 무, 샐러리... '무한루프 장아찌'
무한루프 장아찌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다. 학교급식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가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1인가구이지만, 그래도 십시일반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적은 양의 양파를 샀다. 5kg짜리. 받아보는 순간 '상하지 않는다면 1년치구나'라는 느낌적 느낌이...
음식이나 식재료가 상해서 버리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냉동실에는 부활을 기다리며 몇 년째 부름을 기다리는 식재료도 있다. 많지는 않다. 어찌됐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건 역시 장아찌라는 생각이 스쳤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간단했다.
문제는 간장 양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어쩌랴? 간장 없이 장아찌를 어찌 담글 수 있겠는가. 질 좋은 간장 몇 명과 장아찌에 필요한 몇 가지를 챙겼다. 다행히 지난해 황매실청을 담그려고 사놓았던 설탕은 많이 남아 있었다. 역시 유비무환.
그렇게 담근 4kg의 양파장아찌는 게눈 감추듯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장아찌를 담그고 남은 간장이 어마무시했다. 아깝기도 하거니와 이걸 버리면 딱 수질오염의 주범이 될 수밖에. 좌고우면 하지 않고, 신속하게 곰피(2kg)를 샀다.
그렇게 곰피장아찌가 만들어지고, 지인들에게 입양을 보냈다. 그래도 간장 양은 줄지 않았다. 참, 현대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미스터리다. 그래서 유기농 근대(2kg)를 샀다. 그렇게 근대장아찌가 만들어지고, 지인들에게 입양을 보냈다. 그래도 간장 양은 줄지 않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하고 싶었다.
그리고 겨울 무의 유혹에 빠졌고, 일부는 짠지로 일부는 장아찌로 거듭났다.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쳤는데도 간장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웬만하면 쫄아서 도망쳤을텐데.
며칠 전에는 새로 산 마요네즈를 보다 갑자기 샐러리가 먹고 싶어서 주문했다. 충동 구매가 아니라 샐러리로도 장아찌를 담글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5분 동안 면밀히 검토한 결과다. 그래서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샐러리장아찌가 김치냉장고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러다가 <생활의 달인> '장아찌 편'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줄지 않는 간장의 비밀'에 출연하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아, 무한루프와 뫼비우스의 띠가 머릿속에 맴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