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쫄면 '광신제면소'의 면으로 만든 요리

인천|개항로(開港路)의 <개항면> 요리들

by 이한기


개항로(開港路). 1880년대 인천항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양 문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그 육로의 시작점인 개항로. 100년 넘게 번창했던 역사의 거리. 쇠락해가는 것처럼 보였던 이 개항로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옛 것의 가치와 이야기를 살리면서도 전혀 고루해 보이지 않는 절묘한 경계선을 걷고 있다.


지난주 그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개항면>에 가봤다.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내 친구 이태경 PD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창길 대표는 또다른 개항로 랜드마크인 <개항로통닭>을 운영하고 있다. <개항면>에서 식사를 마친 뒤에는 <개항로통닭>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쫄면을 만든 광신제면소에서 특별히 제조한 면을 여러 종류의 소뼈를 푹 고아 낸 사골육수에 말아 내놓은 온수면은 이곳의 시그니처. 광신제면소에서 만든 면의 굵기는 특별했고, 쫄면 스토리를 면에 입힌 듯 쫄깃한 식감은 독특했다.


학구열이 높은 페친들을 위해 광신제면소 쫄면에 관한 이야기를 퍼왔다.



문제의 '쫄면'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초 인천의 광신제면소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연륜이야 짜장면, 짬뽕에 대지는 못하지만 명성과 인기는 그에 못지않다. 그 쫄면 앞에 '문제의'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가 있다. 아직 그의 탄생에 관한 진실이 명쾌하게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생설화는 대충 두 갈래다. 하나는 '실수가 빚은 명작'이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치열한 연구개발의 산물'이라는 거다. (참조 :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 2015. 9)


전자는 냉면을 뽑던 직원이 피곤에 겨워 사출기의 체(구멍)를 잘못 끼워 두꺼운 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순전히 실수고 단순한 우연이었다는 말이다. 후자는 더 쫄깃하고 더 맛있고 더 특색 있는 면을 찾기 위한 지난한 노력 끝에 탄생한 창조물이라는 설이다. 전자가 정설처럼 굳어진 상황이지만, 쫄면사랑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장본인으로서 나는 후자에 한 표 던진다.


나름 근거는 있다. 우선 재료와 공법이 다르다. 냉면은 주로 메밀을 쓴다. 메밀면은 질기지 않다. 툭툭 잘 끊긴다. 전분이나 밀가루를 섞어도 쫄면만큼 질겨지지는 않는다. 쫄면은 밀가루를 쓴다. 뜨거운 열로 반죽을 하고 강한 압력으로 사출해 탄성을 더한다(조선일보 2014.11.3, 푸드 이야기). 색도 다르다. 메밀은 거무스름하지만 쫄면은 노르스름하다. 하얀색 반죽을 뜨거운 열기로 살짝 익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초창기 쫄면은 지금보다 더 굵고 더 질겼다. 당시 함께 시식했던 부친께서 꼭 기저귀 고무줄 같다며 중간에 젓가락을 내려놓으실 정도였다. 면 기저귀를 쓰던 당시, 아기들의 허리춤에 기저귀 고정용으로 매어 있던 노랗고 동그란 고무줄을 방불케 했다. 지금은, 특히 가정용으로 만들어 파는 쫄면은 확실히 더 얇고, 덜 질기다. 아마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개량한 듯하다. 물론 확인된 바는 아니다.


쫄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광신제면은 중구 경동에 있다. 주요 납품처는 길 건너 인현동, 신포동에 많았다. 주로 학생들이 많이 다니던 동네다. 인근의 만복당, 맛나당, 명물당의 3당과 DJ가 신청 음악을 틀어주던 대동학생백화점 분식코너 등은 쫄면의 성지였다. 그 중 맛나당이 원조로 꼽힌다. 실수로 나온 면발을 자청해 받아 재미 삼아 야채와 고추장에 비벼 먹은 게 효시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마이뉴스> 2021_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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