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대 앞 <영화장(永華莊)>
외대 앞 <영화장>에서 올해 첫 중국냉면. 면도 육수도 깔끔하다. 기본이 잘 돼 있는 가게는 대부분의 메뉴를 평균 이상으로 낸다. 손님마다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깔끔한 면과 담백한 육수가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어정쩡한 평냉집보다 훨씬 낫다. 계절 한정 음식이 여름을 알린다. 값은 1만원. #2021_0511
...... '영화장(永華莊)' 유영승 대표의 명함에 적힌 이력이 유달리 화려하다. LG트윈타워, 현대호텔, 프라자호텔, 힐튼호텔 등 유수의 중식당을 두루 거쳤다. 주위의 기대 역시 컸다. 그래서 유 대표가 호텔 조리실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했을 때는 모두 뜯어 말렸다.
지인들은 좋은 실력을 작은 가게에서 썩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그랬고, 호텔은 호텔대로 실력있는 셰프를 보내는 것을 아까워했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레시피가 전혀 없이 손맛만으로 음식을 만들어 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맛을 재현해냈다. 더불어 더욱 다양한 메뉴와 더 훌륭한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것들을 개발해 내는 일에 몰두했다.
중국 사천 출신인 아버지가 1970년에 '영화장'을 오픈했을 때 유영승 대표는 10살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40년 역사를 이뤄낸 '영화장'을 본격적으로 물려받아 혼자 운영한 것은 지난 2003년이었고, 그의 나이 45세였다.
...... '영화장'은 20여년 가까이 배달을 하지 않고 있다. 유영승 대표는 배달이 매출과 직결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역시 배달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음식은 바로 해서 가장 맛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그의 고집때문이다. 배달을 하게 되면 면이 불고, 소스는 처지고, 맛은 그보다 더 변한다.
아버지 역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는 것도 포기하고 맛을 지키기로 결심했던 것. 단골들은 모두 이해한다. 그리고 또 그런 고집과 신념이 '영화장'을 찾는 고객들이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장'의 음식들은 다른 일반적인 중국음식점들의 음식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탕수육을 봐도 그렇다. 탕수육의 소스는 대부분 맛도 들척지근하고 색깔도 붉으죽죽하다. 그런데 '영화장'의 소스는 말간 것이 달콤하고 깔끔하다. 식재료의 맛을 모호하게 하는 첨가물들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조금 놀란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다시 또 찾는다. 질리지 않아서다. 짬뽕역시 마찬가지다. 고추기름을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다. 짬뽕의 기본인 국물, 그것을 만드는 육수를 제대로 내기 때문에 다른 것을 너무 많이 보태면 제대로 된 맛을 살리는 데 방해가 된다.
이곳의 음식은 완벽한 중국식이 아니다. 우리 입맛에 맞게, 어릴 적 가장 좋은 날 먹었던 그 맛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쉽게 할 수 있는 중간 감미료도 없고, 식재의 맛은 사라지고 혀끝만 마비시키는 강한 양념도 없다. 식재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고, 소스와 육수 등 음식의 베이스가 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가장 근본적인 맛을 만들어낸다.|<이데일리> 2008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