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원구 하계동 <제형면옥>
노원구에서 (옮겨 다니며) 산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소위 '맛집'과 '노포'가 별로 없다는 것. 특히 여름철이면 제대로 된 (평양)냉면집을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평냉의 성지 의정부 <평양면옥>(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의 모태)이 아주 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깝거나 노원구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10년 전쯤까지는 당고개역에 있는 <현가 당고개냉면>에 자주 갔습니다. 그러나 얼음육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육수에 고춧가루를 더 많이 섞어 육수 본연의 맛을 해치는 탓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시·도 경계에 있는 남양주 별내 쪽으로 이전한 듯 합니다. 다만, 제가 확인해보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해 전에 (발굴이라고 쓰고 싶습니다만) 발견한 곳이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전통평양냉면 제형면옥>입니다. 을지병원 옆쪽에 있습니다. 나름 규모도 크고, 주차도 편리합니다. 검색해보니 <제형면옥>이 대구 평양냉면의 강자로 소문난 곳이라고 하더군요. 이곳 종업원에게 여쭤보니, 대구는 형이, 노원은 동생이 운영을 한답니다. 프랜차이즈나 분점 개념은 아니구요.
가끔 평양냉면이 땡기는데 멀리 갈 수 없을 때는 이곳 하계동 <제형면옥>을 찾습니다. 어제도 중계 CGV에서 <모가디슈> 영화를 보고 난 뒤 들렀습니다. 그리고 물냉면과 제육(반접시)에 소주로 반주를 했습니다. '선주후면(先酒後麵)'은 진리라고 믿기에. 제가 좋아하는 (왕)만두는 9월 이후에 한다고 해서 아쉽지만 맛 보지 못했습니다.
<제형면옥>은 보통 냉면이 다른 곳 곱배기에 가까울 정도로 면의 양이 많습니다. 냉면 육수는 심심한 편이고 육향이 짙습니다. 다만, 닭 육수가 섞인 듯해 소고기 육수 베이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조금 비릿한 맛이 나는데, 이를 싫어하거나 예민한 분들은 느낌이 올 겁니다.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이날 제 냉면의 면은 조금 더 삶아진 듯 탄력이 적었습니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만. 괜찮은 냉면집임에는 분명하지만, 제 입맛에는 뭔가 2%가 부족했습니다.
이날 비빔냉면은 먹지 않았지만, 예전에 먹어본 바로는 비빔장이 다소 텁텁한 맛을 내면서 매력 포인트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면이 나쁜 건 아니니, 비빔장은 맛을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형면옥>에서 제가 가장 만족했던 메뉴는 (왕)만두입니다. 하나에 2000원이지만, 크기를 보고 맛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리고 불고기 역시 잘 합니다. 다만, 제 입맛에는 조금만 덜 달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이런 단짠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요.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80점을 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