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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7주기, 독특했던 그의 '직설'이 그립다

2009년 3시간 인터뷰에서 신해철이 했던 말들

by 이한기


내일이 故 신해철 7주기. 시간이 참 빠르다. 예전 1주기 때 페북에 올렸던 글을 다시 꺼내본다.


대학교 친구였다가 나중엔 기자와 인터뷰이로 만났다. 술 마시며 웃고 떠들다가, 전화해서 욕하고 싸우다가, 다시만나 같이 남들을 씹다가... 해철이와 가장 길게 이야기를 나눈 게 북한 로켓발사 축하 글과 학원광고 파문이 있었을 때인 2009년. 용산에 있는 그의 오피스텔에서 만나 세 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다. 해철이는 언제나 독특했다. 아무리 불리해도 피해가지 않았다. 아마, 지금 있는 그 곳에서도 그러겠지. 녀석의 '직설'이 그립다.


당시 인터뷰에서 인상깊은 한 대목.


해철이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해서 내가 물었다.


2008년 12월 18일 밤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신해철.


- 그게 무슨 병인가.


"못됐다는 말이다(웃음). 성격이 나빠 분노를 조절 못하는. 분노할 때 엄청나게 분노하고 예뻐하는 대상이 있으면 아주 환장할 정도로 예뻐하다가 어느 순간에 무섭게 돌변해서 예쁘다고 했던 대상을 내려친다. 그렇게 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이 이 사회 스타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찬호다. IMF 때 얼마나 그를 국민영웅으로 숭상했나. 그리고 그가 얼마나 건실한 청년으로 올바르게 행동했나.


신해철 행동은 그렇다고 치자. 박찬호가 뭘 잘못했나. 그런데 박찬호 부진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 보였는가. 이웃 나라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다. 노모 히데오 선수가 부진했을 때 온 일본 국민들은 눈물로 성원하면서 이제 와서 메이저리그에서 퇴출한다고 해도 그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갑자기 '박사장', '먹튀'라고 박찬호에 대해서 온갖 인격적 모독을 했다. 여기에 앞장선 게 미디어였다. 그런데 박찬호가 잘 나가고 있을 때 재미 본 건 또 그 미디어 아니었나.


그래서 조마조마해 죽겠고, 가슴이 오그라 드는 게 바로 김연아 선수다. 나는 김연아 선수가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 업적을 자기 분야에서 이미 했다고 본다. 이제부터는 국민들이 덤으로 즐겨야 된다고 봐요. 이젠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딴다면? (언론에서부터) '광고 수십 개 찍더니 훈련을 잘 안했구나'라는 말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나. '역시 배부르면 안돼'라고 비난이 쏟아질 거다. 이게 경계성 인격장애다."


2003년 3월 참여연대의 '파병반대 청와대 1인시위' 5일째 시위자로 참여한 가수 신해철.


○ '마왕' 신해철, 그가 생각하는 교육철학과 언론보도


[인터뷰 ①] http://omn.kr/bl5s

[인터뷰 ②] http://bit.ly/2afoVb

[인터뷰 ③] http://bit.ly/lPX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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