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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Jan 19. 2022

나홀로 제주 한달살이? 로망과 현실의 씨줄날줄 체험기

책|편성준, 윤혜자의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그제부터 짬짬이 편성준, 윤혜자의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행성B)를 읽고 있다. 2020년에 읽었던 책 가운데 가장 재밌었던 게 두 권의 에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편성준의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몽스북)다. 또 다른 책은 김봄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걷는사람). 에세이의 새로운 장르를 연 두 권의 책은 모두 광고가 아니라 '입소문'으로 독자 폭을 넓혔다.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남편 편성준의 '고독한 한 달 간의 제주살이'가 메인이고, 같은 시간 성북동 소행성(小行星)에 머물렀던 아내 윤혜자의 '외로운 한 달 간의 홀로살기'가 서브다. '고독'과 '외로움'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두 사람이 동의할 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잘 어울리는 크로스오버다.


책을 반쯤 읽으면서 든 생각은 편성준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 문득 떠오른 표현은 '혼잣말(독백) 글쓰기'. <제주 한 달>을 읽다보면 마치 두 사람의 편성준이 느껴진다. 제주 한달살이를 하는 편성준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또다른 편성준. 그 두 사람의 대화이니,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혼잣말처럼 느껴질 수밖에. 이 분야에서는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의 말마따나 이 책에는 제주에 대한 정보도, 제주 한달살이에 대한 유용한 팁도, 심지어 흔한 맛집 정보도 없다. 그럼에도 그가 몸으로 겪은 소소한(때론 찌질해 보이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트루먼쇼>처럼. 다만 가짜가 아닌 진짜의 삶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 그런 점에서 편성준의 두 에세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관음증'을 유발한다. 그 대상이 '소소한 일상'이라는 점이 참 놀랍다.


조미료를 치지 않아 밍밍한, 때론 간을   맞춘  같은 소소한 일상이 오히려 보는(읽는) 이에게 안식과 평안을 준다. '이중 외박'으로 "하루 같은 이틀지나갔다" 편성준의 독백을 듣노라면 전형적인 동네 형의 넋두리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한 것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이라는 신학자  틸리히의 말로   제주 여정의 길안내를 하는  책을 페친 여러분들께 권한다.


조만간 나올 김봄의 에세이도 기대가 크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제목은 <너, 뭐 먹고 살쪘니?>. 제목부터 호감이 간다. 책이 나오면 읽어보고 인상비평 소감문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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