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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Jun 21. 2020

"코로나19로 '평생학습' 중요성 더 부각됐다"

인터뷰|<학습사회> 펴낸 김신일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최근 <학습사회>를 펴낸 김신일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습사회를 잘 건설하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 올라가고 경제력이 향상되며 세계적 영향력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육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컨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 사회로 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건 너무 과장됐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인류 초창기 학습활동은 컨택트 러닝이었다. 문자가 생기면서 언택트 러닝도 생겨난 거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학습이 늘어났다.


인류의 역사는 최초의 접촉 생활로부터 모든 부문에서 점점 더 비접촉 생활이 늘어났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원격교육이 생긴 지도 오래됐다. 접촉 학습만 정상이고, 비접촉 학습은 비정상이거나 좀 유별난 것이라는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비접촉 학습은 방법이 다를 뿐 정상적인 학습 방법의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만, 학습사회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이 '학습사회가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걸 빨리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코로나19를 잘 극복해나가야 하겠지만, 인류 사회는 비접촉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학습사회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국제 성인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김신일(79)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말이다. 평생학습계의 대부인 그는 지난달 중순 <학습사회>(학이시습 출판사)라는 책을 펴냈다. 내년이면 산수(傘壽), 팔순을 맞는 나이에도 책을 펴낸 그는 이렇게 평생학습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그와 지난 10일 만나 '평생학습'과 '학습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생교육'이 아니라 '평생학습'인 까닭은


"학습사회를 잘 건설하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 올라가고 경제력이 향상되며 세계적 영향력도 높아진다.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초중등과 대학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걸 넘어서 사회 전체를 학습사회로 만들어가는 게 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그런 학습사회의 중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먼저 생각한 사람으로서 책임도 있고.


'우리의 학습은 평생동안 이뤄진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사람들이 다 받아들이게 된다면 '평생'이라는 단어는 빼도 된다. 책 이름을 <평생학습사회>가 아니라 <학습사회>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생 학습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면, 굳이 '평생'을 형용사처럼 붙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김 전 부총리는 <학습사회>를 펴낸 까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육'과 '학습'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가 주장하는 게 '평생교육'이 아니라 '평생학습'인 까닭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김신일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5월 중순에 펴낸 신간 <학습사회>.

"학습은 배우는 활동이고, 교육은 가르치는 활동이다. 사람에게는 생존 자체가 배우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자기 삶을 유지해나간다. 그러나 권력자는 사람들의 학습을 관리하고 통제해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끌어가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사람들의 학습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행위다. 반면에, 권력의 통제나 관리를 받지 않고도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학습도 있다. 그런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본래의 학습이다. 인간이 사회를 만들어 생활하고 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김 전 부총리는 "학습이 먼저 이뤄진 뒤에 교육이 뒤따른다"고 말한다. 가르친다(교육)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모두 배우는 것(학습)도 아니고, 누가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배우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가르치는 활동과 배우는 활동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활동"이며 "학습이 선행되고 교육이 그 결과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그는 "권력이 국가 구성원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교육만으로는 주인이 되기 어렵다"면서 "진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학습을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반문한다. '학습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만 하고 끝나는 것이냐?'라고. 그리고 답한다. "성인기는 물론 노년기에도 학습은 필요하고, 세계 여러나라들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대입에 목매지 않으려면 '학습인증제도' 도입해야


"한국 교육에서 시급한 개혁 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항상 학교다. 그러나 해방 이후 역대 정부에서 추진한 개혁은 실패를 거듭했다.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교육개혁'이라는 말만 들어도 대다수 국민이 염증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교육개혁은 왜 모두 실패했는가? 그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깊이 따져 보면 원인의 핵심은 시대변화에 따르지 못한 개혁 목표 설정에 있다. 이미 정보시대에 진입한 21세기임에도 산업시대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제도만을 중심으로 사고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는 <학습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이같이 진단했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장관을 지냈던 그에게 해법을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 (교육개혁에 대한) 확실한 답을 갖고 있겠냐"고 전제한 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평생학습계의 대부인 김신일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6월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장기적이고 혁명적인 일이다. (대입제도 등을) 혁명적으로 바꾸려면 우리 사회가 각오를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변화를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입시가 모든 걸 지배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대학 졸업장을 대신할만한 게 없다. 대입에 실패하면 패자부활전도 없다.


대입에 실패해도 다른 곳에서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패자부활의 길이 있다면 죽어라고 해서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제도가 사실상 사회적 선발의 최종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이나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이건 내가 평생학습, 학습사회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은 1944년에 '성인교육(Further Education)법'을 만들었다. 독일도 'Volkshochschule'처럼 커뮤니티 칼리지인 성인교육 기관이 있다. 1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뒤 나라를 일으켜세우기 위해서는 어른들을 교육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만든 거다. 1919년에 시작해서 지난해에 100주년을 맞았다. 미국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커뮤니티 칼리지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평생교육 1년 예산이 교육부 전체 예산의 1%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Afterskole)'를 몇 해 전부터 한국 실정에 맞게 실험하고 있는 '꿈틀리인생학교'나 성인 대상의 '섬마을 인생학교' 같은 시도에 대해 그는 "일정한 한계는 갖고 있지만 바람직하고 좋은 시도"라고 평가한다. 다만 "그와 같은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시도만으로는 국가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큰 틀에서의 변화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다양한 학습, 제도권 내에서 이뤄지는 학습 말고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소위 비형식, 무형식 학습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학습인증제도인 '유럽연합형 학습사회'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각국의 학력과 학습을 한 틀 안에서 상호호완하고 상호인정하는 제도로써, 국가의 학력제도 말고도 '학습'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시스템을 뜻한다.


김 전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예산이 교육부 전체 예산의 1% 정도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그건 평생학습을 개인적인 활동으로만 바라보고, 사적 비용으로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교육당국의 이러한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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