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욱진(張旭鎭, 1917~1990)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 <여인 좌상 Woman>
1963, 회벽에 유화 물감, 리움미술관
Oil on plastered board, Leeum Museum of Art
▲ <물고기魚 Fish>
1959,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Oil on canvas, MMCA
※ <제5회 백우회>(1959) 출품작
1959년 9월 열린 《제5회 백우회전》에 '고기'란 이름으로 출품된 작품이다. '백우회'는 일본제국미술학교 출신 미술가들이 결성한 동창전 성격의 전람회이다. 그동안 장욱진의 백우회 활동은 <제1회 백우회전>(1955)에 출품한 '수하'만 알려져 왔으나, 그 외에도 '집', '길'을 출품했고 이후 1959년까지 매년 참가했음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밝혀졌다.
'물고기'는 이전까지 장욱진이 그려온 작품들과는 다른 구도와 조형방식을 보여준다. 물고기의 형태를 간략한 선으로 묘사하고, 바둑판처럼 분할된 각 면은 푸른 색조의 채도 차이를 두어 표현했다. 같은 해 그려진 <제8회 국전>에 출품작 '얼굴'(1959)과 조형적으로 유사하나 화면을 긁어내어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두껍게 올린 물감을 긁어내는 방법으로 화면의 촉각적인 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장욱진의 작품 가운데, 레코드판 소리가 튀듯이 툭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준 그림이 있다. 어떤 그림은 구도가, 어떤 그림은 색감이 그런 뭔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분석하고 풀이할 수준은 아니다. 그냥 내 느낌대로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다. 여러 번 많이 보다보면 다른 느낌이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다만, 첫 느낌은 '(화가가) 같지만, (그림이) 달라보였다'. 공교롭게도 아래 그림들은 모두 1959~1964년에 그려졌다.
첫 번째 작품은 리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여인 좌상 Woman>(1963)이라는 그림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가운데, 이런 스타일의 그림은 못 본 것 같다. '까치' 그림들과는 정반대의 희소한 그림이었다. 전체를 붉은 색으로 채운 다른 그림도 <나무·새木·鳥 Tree and Bird>(1963) 정도 뿐이었다. 공교롭게도 <여인 좌상>과 <나무·새木·鳥>가 1963년 작품이다. 그 즈음에 어떤 일이 있었나, 연보를 찾아봤다.
1961년에는 경성2고보(현재 경복고) 출신의 동문 화가들과 함께 '제1회 2·9 동인전'에 참여한다. 이후 1964년까지 매년 출품한다. '2·9 동인전'은 경성2고보(二高普) 출신의 화가들 모임이다. 二高普에서 '二'자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당시 미술교사 사또 구니오의 '九'자를 각각 따서 만들어진 일종의 동문전이다. 창립전은 1961년 6월 국립도서관에서 열렸다.
1962년에는 이 해에 결성된 '신상회(新象會)'에 참여했다. '신상회'는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협회, 신조형파 일부 그리고 무소속의 서양화가와 조각가 23명이 연합해 창립했다. 1968년 제7회전을 끝으로 해체했다. 이대원, 유영국, 이봉상이 주축이었다. 1963년에는 덕소 생활을 시작했는데, 내 생각엔 삶과 일의 공간 변화가 화풍(畫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듯하다.
<사람 Man>(1962)은 독특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난 뒤에 액자 유리에 투영된 내 모습이 그 '사람' 안에 그대로 담겨져 있어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호기심에 어떤 작품인지 내용을 살펴봤다. 역시 '독특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 개별 그림 아래 전시회 주최 측의 해당 작품 설명 글을 붙여놓았습니다.
#장욱진 #가장진지한고백
▲ <사람 Man>
1962,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Oil on canvas,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사람의 형상을 극도로 단순화하여 굵기의 변화가 없는 강렬한 짙은 선으로 밝은 톤의 바탕 위에 그려 마치 상형문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부인 이순경 여사가 일본 불교 종파인 일련종(一連宗) 계열의 국주회(國柱會) 초청으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선물한 것으로, 장욱진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 이순경 여사는 1960년대 중반까지 일본식 <법화경(法華經)>을 모시는 절에 다녔다고 회고하는데, 그 인연이 이어진 듯하다. 작품은 1998년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설립을 기념해 다시 유족에게 반환되었다.
▲ <나무·새木·鳥 Tree and Bird>
196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붉은 색을 주조로 나무와 새, 달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그렸다. 붉은 밤이라는 것 부터 현실적이지 않고, 단순화된 나무와 달, 새의 모습에서 60년대 초반 진행됐던 추상화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둥근 나무는 채도가 높아 마치 빛나는 태양처럼 보이는데, 이 때문에 나무는 나무이면서 동시에 달과 함께 떠 있는 해가 되었다.
▲ <눈雪 Snow>
196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덕소의 산, 혹은 강바닥에 쌓인 눈을 보고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그려진 다른 추상작품들과는 달리 물감을 묽게 처리하였으며, 화면 전체가 상하좌우 구별이 필요없는 평면성을 띠고 있다. 장욱진의 작품들 가운데 비교적 큰 작품에 속한다.